타이완 우밍이 작가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중국 역사 위주로 배우고 타이완에 관한 역사는 비중이 10분의 1밖에 안 됐습니다. 중국에 대해선 어떤 도시가 있고 철도 이름까지 다 외웠지만 정작 타이완에 대해선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타이완의 현대 문단을 이끄는 우밍이(吳明益)(54) 작가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작품에서 역사를 중요하게 다루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표작 ‘도둑맞은 자전거’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타이완의 근현대사에 버무려 서사를 확장한다. 이 작품은 타이완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타이완은 정치적으로 복잡한 곳이다. 1949년 중국 본토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 타이완으로 온 사람들이 있고, 원래 타이완에 살던 원주민이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원주민도 종족이 10개가 넘는다. 먼 옛날에 이주해 온 중국 한족과 후세대의 한족 사이에도 이데올로기가 다르다.”
이처럼 혼란한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타이완인으로서, 작가로서 역사를 연구하고 글로 풀어냈다. 작가가 태어나기도 전의 타이완 역사이긴 하지만, 마치 그 시대에 직접 살았던 것처럼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사전 조사가 있어 가능했다. 그는 직접 수집한 수십 대의 자전거 사진을 보여 주면서 “처음에는 소설을 위해서 모으고 공부했는데, 이후에는 취미가 됐다”고 했다.
타이완은 일제 식민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지만, 이후의 환경과 인식은 차이를 보인다. 그는 “한국은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 바로 자기만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타이완은 광복 후에도 원래 대만어와 원주민 언어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됐었다. 이후 근래 30년 동안 점차 언어를 회복 중”이라며 “내 작품에 대만어와 원주민어, 중국어, 일본어가 다 섞여 있어서 번역가들이 골치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역사 탓에 타이완의 작가들은 각자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문학적 특징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는 “타이완 원주민들의 작품은 중국 본토보다 더 유머스럽다. 원주민 작가들이 내 작품을 보고 나서 원주민 혈통이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며 “작품에서 주로 원주민 문화를 반영한 인물들을 혼합해 서사를 쓴다”고 말했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우밍이 작가는 역사적 상처를 가진 광주에 애정을 드러냈다. 광주 문학제에도 2번이나 참석하고, 광주 전통시장에도 갔을 정도다. 한국의 도시 생태계와 독립서점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세계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7~8년 전부터 수업에서 다루고 있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도 다루고 있다”며 “이 수업의 목적은 문학 작품을 통해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다. 역사와 성별 등의 주제를 주로 논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학기에는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를 다루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