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위루 한중번역 프리랜서. 첸위루 제공 |
첸위루(陳雨汝) 한중번역 프리랜서는 대만의 출판사와 협업하면서 한국의 출판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다. 그 결과물이 한국의 독립 출판사를 다룬 ‘책 만드는 사람들’(콤마북스)이다.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대만 출판의 경향이 있다. 퀴어문학, 요괴문화 등이다.
“대만에는 공통으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과 재서술이라는 흐름이 있다. 대만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우여곡절이 많았고, 인종과 언어도 매우 다양하다. 그중 원주민은 오스트로네시아 민족이고 글자가 없고 중국어와 전혀 다른 원주민어가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만인의 정체성은 여러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리고 문학은 자기 정체성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계엄을 환기하는 작품 등 대만의 역사에 관한 관심도 출판의 주요한 흐름이다.
“저는 일곱 살까지 계엄 시대를 살았고, 고등학교 때까지 접한 학교 교과서는 모두 국민당 중심의 ‘중국 사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대만 관점은 배제되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국가, 성별, 민족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훨씬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원주민의 언어, 문학 창작과 문화가 활발해졌고, 민난어(閩南語)와 하카어(客家語)로 쓰인 문학과 음악 작품들도 등장했다. 그래서 높은 포용성을 가진 문화가 형성됐다.”
―한국에는 초판 부수의 감소, 인문서 등의 판매량 감소 등으로 출판과 텍스트의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만의 독서 위기는 오랫동안 지속하여 와서 그런지, 특별히 더 심각한 위기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관찰로는 대만의 독서 인구는 양극화되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기 전에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읽지 않았다. 이런 위기의 파고를 잘 타고 넘어가는 예로는, 로컬 전자책 플랫폼 리드무(Readmoo)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자체 브랜드의 전자책 리더기를 출시해 독자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주제의 독서 마라톤을 개최하거나 매달 ‘추천 도서’를 운영한다. 작가뿐만 아니라 배우나 야구선수가 맡기도 한다.”
―대만에서 한국 문화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나.
“10년 전만 해도 한류는 주로 엔터테인먼트와 한 드라마에 머물러 있었다. 팬데믹 전후로 분야가 넓어졌다. 한국 수입 도서도 요리나 피트니스 관련 실용서였지만, 지금은 문학 작품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성평등이 꾸준히 중요 이슈이기 때문에 한국 관련 출판물에도 관심이 높다. 젊은 학생들은 한국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도 단순한 쇼핑이나 관광지를 넘어서, 독립·동네서점을 일부러 찾는 등 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만 작품 중 소개되지 않은 것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
“추창팅(邱常婷)의 ‘수령의 시’(獸靈之詩)를 추천하고 싶다. 대만 원주민의 신화와 동물학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로, 대만만의 특성과 신성 소설가의 문학적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에 이미 소개된 작가 두 명도 추천하고 싶다. 한 명은 우민이므(吳明益)로, 문장이 매우 정제되어 있으면서, 대만의 자연 생태, 역사와 문화, 문학과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른다. 삶의 의지와 운명, 그리고 삶의 진실성을 탐색한다. 현실적인 시적 분위기 속에서 메타픽션적 요소, 마술적 사실주의, 우화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 명은 린이한(林奕含)이다. 그녀는 첫번째 소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출간하고 두달 만에 세상을 떠나서, 소설은 유작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아쉽게도 번역본에서는 그녀의 매우 독특한 문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매우 잔인하면서도 눈부시게 화려해 독자들에게 복합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번역가의 문제가 아니라, 린이한의 언어 자체가 번역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번역가가이 도전해 보고 싶어 할 만큼의 강렬한 텍스트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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