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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뉴비즈니스로 각광받는 일본의 묘지 구독

머니투데이 김인권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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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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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중심가인 하라주쿠와 롯폰기 사이엔 큰 녹지공간이 있다. 얼핏 보면 일반 공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아오야마영원이라는 공원묘지다. 근처에 야쿠르트스왈로스의 홈구장인 메이지진구도 보이고 일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롯폰기힐스'도 이 부근에 있다.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에 거대한 공원묘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한 일이기도 하지만 묘지 지역과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주거공간은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국적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이질적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화장문화가 확산해 납골묘를 사용하지만 주거지역과 격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묘지문화는 죽은 사람도 주거지역에 공존하는 생활공간으로 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하면 주택가 중심에 납골묘지가 조성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납골묘지가 주택가에 들어오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역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며 반대하는 사례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죽은 사람이나 살아 있는 사람이나 공간을 함께 활용하는 묘지문화가 정착된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랬던 일본도 최근 들어 전통적 인식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령화사회가 심화하기도 했고 오래된 불경기가 겹치면서 후손 중에 가깝게 모신 묘지를 통해 조상을 추모하는 그동안의 전통적 행위를 포기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사실을 증명하듯 최근 10년 동안 묘지를 옮기거나 영구적으로 없애는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은 물론 역사적, 문화적으로 유명한 저명인사의 묘지도 마찬가지다.

아오야마영원에 이어 도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조시가야영원은 나쓰메 소세키 같은 저명한 문화인의 묘지가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최근 들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문학가들의 묘지가 이곳 표지판과 안내지도에서 사라진 것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고 모두가 추모를 공유한 분들도 후손들의 사정에 의해 비용이 적게 드는 먼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한편 이런 사회적 추세에 발맞춰 묘지와 관련된 새롭고 기발한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한다. 지난 100여년 동안 불단, 식기 등 불교 관련 용품을 생산·판매해온 ㈜부쓰에이도(佛英堂)는 이른바 '묘지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전국 44개 사찰과 제휴를 맺고 유족들 또는 사망하기 전 당사자들과 계약을 통해 원하는 지역의 사찰에 유골을 모시고 '관리'를 대행하는 묘지 구독서비스를 시행한다.


시보(しぼ)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처음에 38만5000엔(약 363만원)을 내고 매월 3300엔(약 3만1000원)을 지불하면 정해진 사찰에서 망인에 대한 추도식과 관리를 제공한다. 보통 도심 묘지에 안치하는 초기비용이 약 160만엔(약 151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저렴한 수준이라 유족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 배경에는 우선 무덤이 매우 조밀함에 있다. 이 '구독무덤'은 밥솥(지름 약 20㎝)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를 만들 필요가 없게 설계됐다. 또한 유족이 이사하거나 전근할 때 간단하게 모바일 앱으로 신청하면 원하는 사찰로 즉시 옮겨진다.

특히 이 서비스는 계약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아 유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구독을 종료할 수 있고 이때는 유골을 영구적으로 추모할 수 있는 기념공간에 모시고 유족들은 추후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원할 때 방문해 추모할 수 있다.


집 근처에 조상의 묘지를 마련해 쉽게 방문하고 조상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 것이 몸에 밴 일본인의 관습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도쿄나 오사카 등을 방문할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봐온 일본 특유의 명물인 '도심 공동묘지'를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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