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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지워주는 기계음 ‘테크노’의 부활

조선일보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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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도시의 고됨 잊게하는 반복적인 음”
2014년 DJ SUNA와 함께 테크노 전용 클럽 ‘벌트’를 설립한 황유준 대표. /세종문화회관

2014년 DJ SUNA와 함께 테크노 전용 클럽 ‘벌트’를 설립한 황유준 대표. /세종문화회관


테크노는 전자음악 중에서도 기구한 역사를 가진 장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디트로이트의 화려한 파티 음악으로 태동했지만, 1989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앞에서 고민을 잊기 위해 기계음에 몸을 맡기던 독일 청년들과 함께 유행을 탔다. 세기가 바뀌던 밀레니얼의 음악. 한국에서도 이정현의 ‘와’로 대표되는 테크노 열풍이 일었지만, 이제는 흘러간 유행이 됐다.

이 ‘잊힌’ 테크노가 최근 다시 부활했다. 독일의 이른바 ‘베를린 테크노’가 지난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K팝에서 에스파의 ‘위플래시’ 같은 테크노 히트곡이 탄생했다.

서울에는 이 한물 간 취급을 받던 테크노의 명맥을 이어온 클럽이 있다. 합정동의 테크노 전문 클럽 ‘벌트’(Vurt). 2014년부터 10여 년을 버텨왔다. 오는 20일 세종문화회관이 용산의 ‘프로세스이태원’에서 10여 팀의 테크노와 앰비언트 뮤지션들과 함께 개최하는 ‘뉴 블랙 익스피리언스’의 대표 공연자와 선곡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이 매년 가장 기대되는 공연팀을 발굴하는 시리즈 공연 ‘싱크넥스트’의 개막전 무대.

왜 테크노일까. 16일 서울 합정동 벌트에서 만난 클럽 대표 황유준(45·활동명 유준)씨는 “반복적인 기계음이 주는 최면 효과가 복잡한 현대사회의 고민을 잊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테크노는 눈을 감고 들어야 더 매력적”이라며 “그만큼 눈을 감고 춤을 춰도 안전하다는 신뢰가 있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했다.

벌트에선 나이도, 복장 제한도 없다. 황 대표는 “퇴근 후 혼자 클럽을 찾아 춤만 추다 가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요즘 테크노는 세기말보다 더 빨라졌다. 유튜브 쇼츠에 익숙한 젊은 층의 생활 습관을 반영한다는 것.

테크노는 주류 장르는 아니지만 테크노가 유행하는 도시적 삶의 특성을 이미 서울이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황 대표는 “비(非)주류의 음악이 다양하다는 건 그 사회의 취향이 다양하고, 건강하게 존중받는단 뜻”이라며 “테크노가 유독 유럽, 미국, 일본 등 도시 발전의 정점을 찍은 선진국에서 유행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도시가 거대해지면서 그 도회적 삶의 고민을 지워낼 기계음이 필요했던 거죠. 그런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오늘도 음악을 틉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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