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는 외톨이 소년 엘리오(왼쪽)는 자신을 납치해달라고 외계에 신호를 보낸다. 어느 날 갑자기 우주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엘리오는 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외계 생명체 글로든(오른쪽)과 친구가 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인가.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오’(18일 개봉)가 인류의 오래된 질문에 답한다. 열한 살 엘리오는 지구를 벗어나길 꿈꾸며 외계인에게 자기를 납치해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괴짜 소년. 소원대로 갑자기 우주로 소환된 엘리오가 외계에서 지구 대표자로 오해를 받으며 엉뚱한 모험이 펼쳐진다.
‘엘리멘탈’(2023)과 ‘인사이드 아웃2’(2024)로 2년 연속 한국에서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신작을 공개했다. ‘월-E’ ‘버즈 라이트 이어’에 이어 픽사의 세 번째 SF 애니메이션이다. 종전 SF 영화들이 우주를 어둡고 냉혹한 공간으로 그렸다면, ‘엘리오’ 속 우주는 환상적이고 따뜻한 색감으로 활기가 넘친다. ‘코코’에서 저승조차 황홀한 세계로 바꿔놨던 미술 감독 할리 제섭이 참여해 이제껏 본 적 없던 우주를 선보인다. 네모난 건물로 가득한 지구와 달리, ‘엘리오’의 우주는 모든 것이 둥글고 말랑말랑한 놀이동산 같다. 다만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SF를 기대했다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화 속 세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영화 '엘리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독특한 비주얼의 외계 생명체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엘리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글로든은 날카로운 이빨에 크고 통통한 벌레처럼 생겼지만, 귀여운 몸짓과 목소리로 반전 매력을 뽐낸다. 17일 한국 언론과 가진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외계 생명체 디자인을 위해 현미경으로 근접 촬영한 심해 생물, 곰팡이, 균류 사진을 참고했다. 덕분에 환상적 디자인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샤라피안 등 픽사의 30대 감독 세 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코코’의 연출·각본을 담당한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나, 제작 기간이 길어지고 감독이 바뀌는 등 혼란이 있었다. 그 여파인지 다소 산만한 전개는 아쉬움을 남긴다. 우주에서 하는 모험, 엘리오와 고모의 관계, 글로든 부자(父子)의 갈등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들이 잘 어우러지지는 않는다. ‘코코’의 배경을 저승에서 우주로 바꿔놓은 것처럼, 다른 세계의 모험과 가족애를 결합한 스토리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엘리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에서 슬픔과 불안을 탐구했다면, ‘엘리오’에선 외로움을 들여다본다. 엘리오는 부모가 죽고 고모와 함께 살며 자신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라도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꿈꿨던 엘리오는, 별난 친구들과 겪는 여정을 통해 비로소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외롭고 절망적인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온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해치고 다투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동시에 세상엔 수많은 선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죠.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발견한다면,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한 번쯤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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