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
세네카는 스페인 코르도바의 명문가 후손으로 형은 로마의 총독이었다. 황제를 보필하여 로마를 부흥시키고 싶었던 그는 로마의 도시 건설과 예술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때 로마의 큰 화재가 일어났다. 네로가 시흥(詩興)을 돋우고자 방화했다는 속설은 그를 악마화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이다.
갈바(Sulpicius Galba)의 반란이 일어나자 네로는 자살로 생애를 마감한다. 그 무렵 코르시카에 유배되어 있던 세네카는 천식을 다스리며 집필에 몰두하는데 『분노』(De Ira)가 그 대표 작품이다.
이 글에서 세네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국사의 책무인데, 그것은 곧 “주군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불의한 분노는 정당화할 수 없으니, 그것이 그 무리를 파멸로 이끈다.”(『구약성경 외경』 ‘집회서’ 1:22)
2024년 12월 3일 밤, 그것이 술김이었든 미욱한 순애보였든, 그의 참모들은 주군의 분노를 달랬어야 한다. 그것을 막지 못한 비극이 수양산(首陽山) 그늘처럼 강동(江東) 80리를 덮고 있다. 세네카도 못한 일을 그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무리이기는 하겠지만….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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