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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가 멈춘 날, 천지가 열렸다[금주의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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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까? 인솔자는 “마음을 비워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 있는 백두산을 찾은 지난 11일 북파로 오른 정상에선 천지는커녕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웠다. 눈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안개 속, 오른손으론 모자를, 왼손으론 우비를 부여잡고 앞사람의 발만 따라 걸었다. 오들오들 떨며 생각했다. ‘이런 게 백두산이라면 난 안 볼래.’

백두산의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산지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날씨·시간·계절 세 박자가 맞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 100명의 등반객 중 천지를 마주하는 이는 2명꼴이라고 한다.

마음을 비우다 못해 비관으로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이튿날 서파로 오르자 화창한 날씨와 함께 천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좋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전날과 다르게 돌아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북한 쪽에서 오르는 길은 동파라고 부른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이 오른 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지됐다.

남북 간 긴장이 풀리고, 여러 여건이 맞는다면 동파로 올라 천지를 마주하는 날도 올 것이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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