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희-계좌담당 직원 3년치 녹음 확보
혐의 인정되면 검찰·공범·윤석열 타격 불가피
![]()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구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김 여사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새롭게 확보하며 파장이 예상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가담했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앞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범들까지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와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던 미래에셋증권 계좌 담당 직원이 2009~2011년 나눈 통화 녹음 파일 수백 건을 확보했다.
이 녹음파일을 통해 김 여사가 미래에셋 계좌를 특정해 주문한 내용과 주문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 중 40% 수익을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김 여사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과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 수사팀의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한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는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했거나 지휘·감독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방조한 의혹을 받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지만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투자 요청에 따라 돈을 댄 단순한 '전주'에 불과,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봤다.
지난 2020년 4월7일 최강욱 전 의원의 고발 이후 4년 6개월 만에 내려진 처분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준으로 하면 5년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검찰총장 4명, 서울중앙지검장 4명을 거쳤다.
하지만 김 여사는 그동안 서면조사 2번, 대면조사 1번만 받았다. 서면답변은 1년 만에 왔고, 대면조사는 지난해 7월 제3의 장소인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진행돼 '출장 조사' 논란이 일었다.
![]() |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법무법인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항고장을 접수한 뒤 지난 4월 재기수사를 결정한 서울고검은 일단 주가조작 공범을 향한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4월 3일 공범 전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권오수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시세조종에 돈을 댄 '전주' 손모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7초 매도 의혹'에 연루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임원 민모 씨와 2차 '주포' 김모 씨, 김 씨의 권유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처음 매수한 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이모 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7초 매도는 2010년 11월 1일 도이치 주가조작 세력이 매도 요청을 하고 7초 뒤 김 여사의 계좌에서 8만주가 매도된 사건이 뼈대다. 이후 증권사 직원이 김 여사에게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말하자 "예.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도 언론에 공개됐다.
김 여사의 결백을 주장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권 주자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0월 김 씨의 주식거래 내용 약 20장을 공개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거래와 무관하다며 개인 금융정보 부분을 삭제하고 공개했다. 2022년 대선 TV토론에서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4개월간 단순 투자했다가 손실만 보고 회수했다는 등 주가조작과 무관함을 주장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김 여사의 거래를 대리하거나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해온 권오수 전 회장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주범인 권 전 회장까지 조사한 뒤 김 여사를 대면조사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다만 김 여사가 지난달에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고, 지난 16일 검찰이 3차 소환을 통보한 날 우울증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며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