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영미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언론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국과 영국이 관세 합의를 도출해 냈으나 ‘철강’은 빠졌다. 미국이 원하는 공급망 및 생산 시설과 관련된 조건을 달성해야 영국의 철강 관세를 ‘쿼터’(수출 한도) 내에서 인하해주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전 임기 때처럼 철강 관세의 절충안으로 쿼터제를 꺼내는 모습이나 조건은 이전보다 매우 까다로워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각) 합의한 ‘미-영 경제번영협정’을 보면,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대까지 10%로 적용하는 등 여러 무역 협정이 이뤄졌으나 철강 관세는 합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협정문은 ‘영국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의 공급망 보안 및 관련 생산 시설 소유의 본질에 대한 미국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충족되어야 미국은 최혜국 요율로 할당량을 신속히 구성할 계획’이라고 전제 조건만 명시됐다. 이는 지난달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미-영 경제번영협정 합의문 초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미국과 영국이 철강 관세에 대해서는 그간 협상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외신은 미국의 조건을 영국 철강업체 타타스틸과 브리티시스틸 문제로 추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미국의 요구 사항은) 영국의 두 주요 철강 제조업체인 중국계 브리티시스틸과 인도계 타타그룹 문제”라고 분석했다. 영국 최대 철강 업체 중 하나인 타타스틸은 지난해 용광로를 모두 폐쇄했으며, 그 이후 국외에서 철강을 수입해 가공한 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또 다른 영국 최대 철강업체인 브리티시스틸 역시 2020년 중국 징예그룹에 인수된 뒤 올 3월 용광로 폐쇄가 결정됐는데, 영국 의회가 긴급 법안을 통과시켜 폐쇄를 겨우 막은 상태다. 영국 정부는 브리티시스틸 인수를 통한 국유화 등의 방안을 징예그룹과 논의하고 있는데, 인수 비용은 약 10조원이 거론된다.
미국은 영국 최대 철강 업체들의 소유주가 중국과 인도기업이며, 그 국가에서 만들어진 철강이 영국 내 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 조건에 ‘공급망 보안과 생산 시설 소유 본질’이 명시된 이유다. 이에 대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영 무역협정의 철강 부문은 협상이 더 필요하다”며 “브리티시스틸의 소유권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스틸의 소유권을 당장 변경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3월부터 시행된 미 철강 관세는 영국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인하를 끌어낸 국가가 한 곳도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
다만, 철강 관세 협상의 방향성은 엿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쿼터제가 절충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영국이 조건을 달성하면 수출 할당량 내에서는 관세율을 낮춰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의 지난 11일 단독 보도를 보면, 미국은 멕시코와도 철강 쿼터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이 멕시코에 요구한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쿼터는 국가별 수출 한도를 정한 뒤 할당량까지는 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철강 관세를 부과했는데, 그 이후 각국과 릴레이 협상을 통해 철강 쿼터를 도입했다. 한국·브라질·아르헨티나는 절대 쿼터(합의된 물량까지만 수출 가능 및 무관세), 유럽연합(EU)·일본·영국은 저율관세할당(합의된 물량까지 무관세, 초과는 25%)가 각각 적용됐다.
그러나 쿼터 도입에 대한 조건은 이전에 견줘 훨씬 까다로워진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철강 관세가 ‘쿼터 도입’으로 무력화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철강 관세에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며, 쿼터 도입도 쉽게 합의해 주지 않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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