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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차선변경 ‘비접촉 뺑소니’ 운전자 무죄…법원 “뒤차가 안전거리 안 지켜”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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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일러스트=정다운


운전 중 갑자기 차선을 바꿔 뒤따르던 두 차량의 추돌 사고를 유발하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소위 ‘비접촉 뺑소니’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무죄가 나온 것은 드문 사례다. 법원은 앞차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한 것보다 뒤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부(재판장 강길연)는 지난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은 2023년 4월 4일 오전 충남 공주시의 국도에서 벌어졌다. 승용차를 몰고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달리던 A씨는 다른 도로로 빠져나가기 위해 분기점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2차로로 차선을 바꿨다. A씨는 속도를 줄여 2·3차로 사이 안전지대에 잠깐 멈췄다가 도로를 빠져나갔다.

이때 A씨 승용차보다 뒤에서 2차로를 달리던 화물차는 끼어든 A씨 차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급제동을 했고, 뒤따르던 유치원 통학버스가 미처 급제동하지 못하고 화물차 후미를 들이받아 사고가 났다. 통학버스 운전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화물차를 미리 보긴 했지만 급제동하면 버스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이 다칠 것 같아 느슨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들과 유치원 통학버스에 타고 있던 4~5세 아동 6명 등 모두 13명이 각각 2주간 치료가 필요한 경상을 입었고, 화물차와 통학버스 수리 비용으로 총 400만원이 나왔다. 검찰은 A씨가 급차선변경으로 사고를 내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의 급차선변경 및 정차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통학버스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상 안전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주행하다가 화물차와 충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화물차와 가까워져 통학버스 내부에서 충돌방지경보로 추정되는 경보가 울렸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증거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긴 했으나, 후행 차량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까지 예상해 사고 발생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 같은 비접촉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운전자에게 사고에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이 사고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기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전자 A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고경희 변호사는 “통상 비접촉 뺑소니 사건에서는 운전자가 뒤에 일어난 사고를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았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쟁점이 된다”며 “이 사건에선 급차선변경과 사고 사이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사고를 인지했는지까지 따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시간적 인과관계만이 아니라 뒤따른 차량들의 진행을 자세하게 따져 사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비슷한 비접촉 사고 사건에서 선례적인 판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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