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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비화폰과 탈레반, 그리고 ‘노 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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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검찰총장에 왜 비화폰 줬나
검찰 직접 통제… '왕'을 꿈꾼 듯
외신 "언론 검열, 민주국가 맞나"


윤석열(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심우정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시스

윤석열(왼쪽 사진) 전 대통령과 심우정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시스


이제는 무감해질 법도 하건만, 연일 쏟아지는 새로운 소식에 깜짝깜짝 놀란다. 대통령실이라는 장막 안에서 비상식과 불합리, 심지어 범죄까지 넘쳐 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탓이다. 파면된 지 어느덧 76일째, 하지만 윤석열은 ‘희미한 잔영’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 2주를 맞은 지금도 한국사회 곳곳에서 눈에 띄는 강력한 ‘얼룩’이다. 이번엔 ‘비화폰’과 ‘탈레반’이라는 두 단어가 귀에 쏙 박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경호처에서 검찰총장에게 비화폰(보안 휴대폰)을 지급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수상하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수사 기밀은 비화폰에서 논의되는 국가 안보상 기밀과도 큰 관련이 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대통령실과의 직거래가 금기시되는 검찰총장이 비화폰을 소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물며 지난해 10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심우정 검찰총장이 24분 넘게 비화폰 통화를 했다니, 의심은 더 짙어진다.

당시 검찰은 윤석열의 ‘역린’, 김건희씨의 공천 개입 의혹(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직전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김씨 본인도 작년 7월 검찰의 ‘출장 조사’ 2주 전쯤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33분간 통화했다는 보도(한겨레 17일 자)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물론 이는 통화 내역일 뿐, ‘대화 내용’은 밝혀진 게 없다. “인사차 비화폰으로 연락이 와서 (김 전 수석과) 검찰 정책·행정에 관해 통화한 걸로 기억한다”는 심 총장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굳이 그 정도 얘기를, 민감한 시기에 비화폰으로 할 이유가 없다. 비화폰은 그런 대화를 하라고 지급되는 장비가 아니다. 다만 다른 식의 설명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기존 입장을 뒤집을 리는 만무하다. 통화 전후 심 총장 행적을 파헤치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진실의 재구성’일지는 미지수다.

14일 독립언론 '뉴스포터'가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 일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서울지국장인 크리스티안 데이비스(오른쪽)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뉴스포터' 채널 영상 캡처

14일 독립언론 '뉴스포터'가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 일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서울지국장인 크리스티안 데이비스(오른쪽)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뉴스포터' 채널 영상 캡처


차라리 질문을 바꿔야 한다. 대체 왜, 검찰총장에게 비화폰을 준 것일까.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윤석열은 권력 공고화에 ‘검찰 장악’이 얼마나 유용한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검찰을 은밀하게, 직접 통제하려는 욕망이 ‘검찰총장 비화폰’으로 구현된 것이라는 추정은 합리적이다. 윤석열은 권력 사유화를 위해 친정 검찰을 ‘친위대’로 삼으려 한 게 아닐까. 민주 공화정의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은 행태다.

이 같은 모습은 외신의 ‘윤석열 정부 언론관’ 평가와도 묘하게 겹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서울지국장 크리스티안 데이비스는 윤석열 인터뷰 포기 경험담을 전하며 대통령실의 ‘사전 검열’이 너무 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탈레반이 내건 인터뷰 조건과 비슷했다. 민주 국가에선 상상도 못할 정도”라는 일침은 뼈아프다.


윤석열은 ‘왕’을 꿈꾼 듯하다. 손바닥에 ‘王’(임금 왕)을 쓰고 다녔던 인물 아니던가. “모든 권력을 자기 손아귀에 틀어쥔 왕이 되려 했다”고 그를 비판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5년간 본인의 이 발언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여,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 전역에서 울려퍼진 구호를 따라 외쳐 본다.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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