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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 더 즐겁네… 도시락 인증샷 인기

조선일보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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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단절서 기쁨 추구하는 MZ
‘#오늘의도시락’ 게시물만 23만개
지난 11일 #도시락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도시락(오른쪽) 사진. 임주영(27)씨가 지난 10일 직접 만든 도시락. 스크램블드에그 위에 아기곰 모양 밥(왼쪽)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임주영씨 제공

지난 11일 #도시락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도시락(오른쪽) 사진. 임주영(27)씨가 지난 10일 직접 만든 도시락. 스크램블드에그 위에 아기곰 모양 밥(왼쪽)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임주영씨 제공


점심시간, 사람들이 구내식당에 줄을 서고 동료들과 ‘맛집’ 탐방에 나설 때, 직장인 임주영(27)씨는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반숙 계란, 살짝 데친 브로콜리, 그리고 폭신한 스크램블드에그 위에 아기 곰 모양의 밥. 그가 직접 만든 이 도시락은 혼자 먹는 한 끼이자, 소셜미디어에 올릴 ‘작품’이다. “건강도 귀여움도 놓치지 않은 한 끼!” 짧은 글과 함께 도시락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간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오늘의 도시락’을 인증하는 릴레이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도시락스타그램, #오늘의도시락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3만개가 넘는다. 짱구 도시락, 고양이 도시락 등 색감과 모양을 강조한 이른바 ‘비주얼 도시락’이 대세다. 한때 유행했던 ‘오늘의 착장(OOTD)’처럼 도시락도 ‘오늘의 나’를 표현하는 아이템이 된 셈이다.

예전 도시락 열풍이 물가 상승에 반응하는 ‘생계형’ 흐름이었다면, 지금의 도시락 인기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그 중심엔 ‘놓치는 기쁨’을 즐기는 JOMO(Joy Of Missing Out) 세대의 식문화가 있다. 유행에 따르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기존의 FOMO(Fear Of Missing Out)와 반대 현상이다. 굳이 함께 먹지 않아도 된다.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선택하겠다는 것. 학식 대신 창가에 앉아 혼밥을 택하고, 회식 대신 도시락을 연다. 이들은 도시락을 ‘가성비’보다 ‘감성비’로 소비한다.

도시락은 하루를 정리하는 정서적 루틴이기도 하다. 대학생 전모(23)씨는 “같이 먹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재료만 골라 먹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수저와 보온 가방까지 자신이 고른 브랜드 제품으로 맞췄다. 5년 차 직장인 조승민(27)씨는 “밥을 덜어낼 때 마음도 정리된다”며 “누구와 먹느냐보다, 내가 뭘 먹는지가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도시락은 더 이상 식비 절감 수단이 아니다. 나의 취향과 자율성, 정서까지 드러내는 하나의 감정적 장치”라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기록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JOMO 세대의 정서가 도시락 문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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