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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보수정당 수도권·영남 따로 어떤가

중앙일보 고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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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그 XX 육갑 떠는 국민의힘 OOO?”

오랜 지인 A에게 OOO을 만난다고 문자 보냈더니 보인 반응이었다. A는 중도보수 성향의 점잖은 사람이다. OOO은 국민의힘 사람 중 평판이 나쁘지 않은 이다. 그런데도 A는 평소의 그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를 쏟아냈다. 당혹했다. “별로 안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했더니 전화를 걸어왔다. “오해가 있을 순 있겠다. OOO은 나도 좋아한다. XX 육갑은 국민의힘에 걸리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다.”

그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한국갤럽 46%)의 반토막도 안 되었다(21%). TK(대구·경북), 보수 성향을 빼곤 보잘것없었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자리에서 국민의힘을 좋게 말하는 이가 없다는 얘기다. 설령 지지해도 지지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압박감을 느껴서다.

국민의힘도 알 것이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가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알지 모르겠다. 송 원내대표 역시 ‘친윤’ 꼬리표가 달린 주류다. 최근 당을 ‘망하는 길’로 이끈 이들 중 한 명이란 얘기다.



국민의힘 지지도 21%로 반토막


친윤 힘 여전…새 리더십도 난망

독일 기민·기사련 모델 검토할 만

진중권이 얼마 전 “비정상이 정상인 당에서 유일한 상수는 친윤 주류, 결국 이 사람 들이고 저 사람 내치고, 이 사람 세우고 저 사람 내리고, 아무리 지도부를 바꾼들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 당을 이끌어온 것은 그들”이라고 썼는데, 최근 원내대표 경선을 보면 달리 생각하기도 어렵다.


사실 친윤으로 불리는 부류는 과거엔 친이(회창)였고 친박(근혜)이었다. 대부분 ‘공천=당선’인 곳 출신들로, 민심보단 공천이 중요하다 보니 내부 리더십 향배에 능통하다. 권력추종적이란 의미다. 리더란 모름지기 뚫고 나오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대신 숫자는 많으니 집단으론 힘이 있다. 리더가 없을 땐 더 강해졌다. 최근이 그렇다.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과거엔 눈치라도 봤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이들 중 상당수가 총선에 불출마했고 2007년 대선에선 소장개혁파들에게 앞자리를 양보했다. 이젠 ‘배신자’란 봉건적 칼을 휘두르며 한사코 앞자리에 앉으려 한다. 염치도 없어졌다.

이들이 자제할까. 회의적이다. 수도권 소장파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다가 다소 불편한 얘기를 한다고 무르려 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 민심을 대변한다는 한동훈은 이들과 드잡이를 하면서 정치적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고 이들을 외려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이 분위기라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새 리더십이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이럴 때 민심에 예민한 수도권 인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간 총선 연패로 고갈됐다. 새 인물들이 충원돼야 하는데 국민의힘 간판을 달곤 어려우니 국민의힘과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 멀쩡한 이들이 나서지 않으니 표를 주기도 어렵다.


보수엔 절망의 악순환이다. 이걸 끊어낼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보수가 수도권·영남에서 각자 경쟁하는 것이다. 선거연대 방식으로, 독일의 기민련(CDU·기독교민주연합)-기사련(CSU·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바이에른은 20세기 초까지 독자 군대를 가졌을 정도로 독립적인 주다. 기민련은 바이에른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기사련은 바이에른을 넘어선 무력했다. 결국 1947년 초 둘은 "기사련이 바이에른의 유일한 정치적 대표"란 데 합의했다. 독일 16개 주 중 기사련은 바이에른 선거에만 나서고 기민련은 나머지 주 선거에만 뛴다. 이러저러한 갈등에도 둘의 연대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엔 민주당이 싫어도 국민의힘은 절대 찍을 수 없다는 이들이 제법 있다. 이들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을 봐선 쉬운 경로는 아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있나.

A에게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이 나오면 찍나”라고 했더니 그는 “젊은 사람들 중심이면”이라고 했다. 그런 민심도 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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