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어쇼, 이스라엘 공격 무기에 가림막 설치...왜?

이스라엘 "충격적인 결정" 반발
주최 측 "공격 무기 규정 어겼다"
가자지구 사태와의 연관성도 주목

16일 파리 에어쇼 참석자들이 검은 가림막이 쳐진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부스를 지나가고 있다. 주최 측은 금지된 공격형 무기를 전시했다며 박람회에 참가한 이스라엘 방산업체 9곳 가운데 부스 5곳을 폐쇄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에 이어 이란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의 방산업체들이 프랑스 파리 국제 에어쇼에서 공격형 무기를 전시했으나 부스 폐쇄 조치를 당했다. 이스라엘은 “주최 측의 일방적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파리 에어쇼는 세계 최대 항공우주 분야 무기 박람회로 16일(현지시간) 개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에어쇼를 주최한 프랑스 당국은 공격형 무기를 전시한 이스라엘 방산업체 전시관 5곳에 검은색 가림막을 치는 방식으로 부스를 폐쇄했다.

폐쇄된 전시관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엘빗 시스템즈, 라파엘 어드밴스드 시스템즈, 유비전 등이 운영 중이었다. 당초 “공격형 무기를 전시하지 말라”는 지침을 어기자 이 같은 조치를 했다는 게 프랑스 당국의 입장이다. 통상 미사일과 로켓 발사기, 드론과 탱크 등이 공격형 무기로 간주된다. 앞서 현지 인권단체는 이스라엘 방산업체의 파리 에어쇼 참가를 두고 “가자지구에서 사용되는 무기 판매 기업의 참석을 허용했다”며 주최 측을 비판한 바 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스라엘 방산업체 9곳 중 4곳은 규정을 따랐지만 나머지 5곳은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업체가 공격형 무기를 자진 철거하면 부스 개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같은 일방적 조치는 밤사이 이뤄졌다”며 “충격적이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이스라엘 기업들은 주최 측과 계약을 맺고 비용도 지출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이스라엘 게토(소수민족 강제 거주지역)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외신은 이 같은 조치가 지난 4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중에 나온 것에 주목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17일부터 나흘간 열릴 예정이던 유엔 회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공습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해양방위산업 박람회에 이스라엘 업체의 참가를 금지한 바 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가 반발하자 조건부로 허용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