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지휘핵심시설인 비(B)-1 지하벙커 일부 지역 권고기준치 초과 라돈 측정결과. 유용원 의원실 제공 |
유사시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머물며 전쟁을 지휘하는 국가 핵심시설인 비(B)-1 벙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권고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시가 되면 대통령, 장관 등 정부 요인, 군 지휘부가 수도방위사령부 울타리 안에 있는 비-1 벙커에 모여 전쟁을 지휘한다. 12·3 내란 당시 방첩사령부가 주요 정치인 등을 붙잡아 구금하려던 곳이기도 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1 벙커 내부의 라돈 수치가 실내 공기질 기준치를 장기간 반복 초과해왔다며, 지난 2020년과 2022년, 2024년 각각 군이 이 벙커 내 일부 지역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를 공개했다. 연도별 평균치는 2020년 449.5베크렐(Bq/㎥), 2022년 357Bq/㎥, 2024년 157.8Bq/㎥로, 모두 기준치인 148Bq/㎥를 넘겼다. 라돈은 무색무취의 자연 방사성 기체로 발암물질이다.
유 의원은 “군은 2013년부터 비-1 벙커의 공기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왔으며, 벙커의 일부 구역에서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기준치를 매번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고 밝혔다. 군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실태 파악과 저감 방안 수립을 위한 전문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약 7억8천만원을 들여 저감시설 보강공사를 해 평균치는 낮아졌지만 기준치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유 의원은 “비-1 벙커는 암반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라돈이 지속해 발생하는 구조이고 내부는 좁고 외부 공기 유입과 자연 환기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일부 지역의 라론 수치는 반복적으로 권고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1 벙커는 전시 대통령이 지휘하는 국가 전략지휘 핵심 시설이자 매년 한미 연합연습이 열리는 공간인데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비정상적인 라돈 수치에 대해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한미동맹 수준을 훼손할 수 있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더욱 놀라운 점은 지난해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전략사) 일부 참모부 요원 약 40명이 비-1 벙커에 상주 근무했다는 사실”이라며 “국방부는 전략사 지휘부에 라돈 수치 초과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전략사는 공조기를 약 30% 수준으로만 가동한 상태에서 장병들을 3개월 가량 고농도 라돈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그간 전략사 벙커 근무자들한테선 “원인 모를 두통과 피로가 심하다“는 호소가 이어졌고, 장병들 사이에서 라돈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한 간부의 배우자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 “남편이 일하는 지하벙커는 지하시설 특성상 공기질이 나쁘고 라돈 수치가 300 이상 나왔다고 들었다”며 “방사선 노출로 암에 걸리면 국가에서 평생 책임지느냐. 직업군인에게 최소한의 안전과 건강도 보장해주지 않고 나 몰라라 하는 부대와 나라인데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전략사 간부들은 상주한 지 약 석 달이 지나서야 벙커가 아닌 곳으로 근무지를 옮길 수 있었지만, 이미 라돈에 장기간 노출된 뒤에야 이뤄진 뒷북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주로 임무 수행을 하는 지휘통제실을 비롯한 핵심 상주 공간은 공조 장치가 잘 설치돼 있어 기준치 이하의 라돈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 의원은 현재 설치된 공조 시설의 용량은 핵심 상주 공간 외 벙커 내부 전체를 커버하기에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오는 8월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때 1천명 넘는 장병들과 공무원들이 비-1 벙커에 머물려 연습에 참가한다”며 “비-1 벙커 전 지역의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 수립에 즉각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구조적이고 태생적인 문제로 라돈 수치를 낮출 수 없다면 벙커의 지속 사용 여부를 즉시 전면 검토하고 제2 지휘시설 마련을 포함한 대체 방안 수립에 착수해달라”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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