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횡령 사실을 적시한 현수막과 모니터를 설치한 감사와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내려진 명예훼손·모욕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진실한 사실 적시와 공익성이 인정돼 형법 제310조에 따른 위법성 조각 여지가 크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관리소장 A씨’와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환송한다고 17일 밝혔다.
부산 지역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관리소장 A씨와 해당 아파트의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B씨는 2020년 8~10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씨의 운영비 횡령 문제를 제기하며 현수막과 모니터를 통해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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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달리 |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관리소장 A씨’와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환송한다고 17일 밝혔다.
부산 지역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관리소장 A씨와 해당 아파트의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B씨는 2020년 8~10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씨의 운영비 횡령 문제를 제기하며 현수막과 모니터를 통해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감사 A씨는 앞서 2020년 3월 28일부터 4월 25일까지 입주자대표회의 회계 및 관리 업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회장 C씨가 운영비를 불법·부당하게 지출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게시했다. 이후 회장에 대한 해임을 요청하거나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피고인들은 “진실은 회장님께서 거짓으로 우리 입주민들을 속이고 우롱하고 다수의 유흥업소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법과 규약을 어기면서 물 쓰듯 펑펑 썼다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작·게시했다.
비대위원장 B씨는 아파트 각 동 로비에 모니터를 설치해 “미쳤구나 입주자대표회장”, “C 회장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C씨를 모욕한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 C씨의 횡령 혐의는 2022년 8월 부산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그대로 확정됐다.
감사 A씨와 비대위원장 B씨의 명예훼손·모욕 혐의 재판에서 1심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아파트 주민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볼 수 있는 곳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고, ‘유흥업소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라는 부분은 빨간 색으로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횡령 피해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한 점, 미성년자들도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굳이 접대부 관련한 부분을 강조한 점, 기존의 현수막 설치대나 모니터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대형 현수막을 제작하고 모니터를 일부러 설치한 점, 그 과정에서 설치절차를 위반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라 보기 어렵다”며 형법 제310조 적용을 배제했다.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사실적시 명예훼손)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더라도 진실한 사실 적시와 공익성이 인정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피고인들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벽보 문구 중 ‘유흥업소를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부분이 붉은 색으로 강조됐고, ‘우롱하고’, ‘물 쓰듯 펑펑’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된 점, ‘파렴치한’, ‘피해자 코스프레 중단’이라는 비난조의 표현이 사용된 점”을 들어 형법 제3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