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기자수첩]아프리카 모로코가 해외 유수 기업 러브콜 받는 이유

아시아경제 김보경
원문보기
최근 네이버(NAVER)는 한국에서 약 1만㎞ 떨어진 북아프리카 국가 모로코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승전보를 전해왔다. 엔비디아 등과 함께 500㎿급의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동, 동남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진출하고 있다. 네이버 직원들마저 "이렇게 잘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깜짝 놀란 소식이다. 소버린 AI는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서 벗어나 자국의 데이터, 인프라, 인력 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는 AI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의 기술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도 꽤 큰 결심과 실행력을 필요로 한다. 모로코에는 1차로 40㎿급 컴퓨팅 인프라가 올해 안에 구축된다. 한국이라면 인허가 절차에만 수년이 걸리거나 전력 문제 또는 주민 반대 등으로 좌초됐을 일이다.

모로코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디지털 모로코 2030' 전략을 살펴보니 이미 우리나라보다 AI 산업 육성 정책이 한발 앞서 있었다. 모로코는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입해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 분야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방침을 세웠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유럽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해저 케이블 망을 최대한 활용해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면세 혜택을 제공하고 행정 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화답하듯 지난해 미국 기업 오라클은 모로코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향후 5년간 1억4000만달러(약 1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현지 IT 전문가를 1000명까지 늘리는 등 연구개발(R&D) 활동을 확대하고, 두 개의 클라우드 리전을 개설하기로 했다. 데이터 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리전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빠르고 안전하게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도록 도와 모로코의 산학연 전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국내 AI 정책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족해 스타트업·연구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민관 합작 투자로 운영하려 했던 '국가 AI 컴퓨팅 센터'는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유찰된 상태다.

모로코 사례는 AI에 100조원을 투자를 도모하는 우리 새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탄 투입도 중요하지만 기업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부담을 높이고 자율을 억누르는 규제가 없어야 AI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소버린 AI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자신감을 키울 것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신민아 김우빈 기부
    신민아 김우빈 기부
  2. 2송성문 샌디에이고행
    송성문 샌디에이고행
  3. 3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4. 4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5. 5푸틴 우크라 종전
    푸틴 우크라 종전

아시아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