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첫 100개 CSRD 보고서로 본 유럽 지속가능경영 보고의 현주소

올해 초부터 250개 이상의 기업이 CSRD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PwC는 이 가운데 첫 100개 보고서를 분석해 주요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사진=AI 생성, SDG뉴스)

[SDG13 기후위기대응]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된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은 단순한 보고 의무를 넘어 기업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대전환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부터 250개 이상의 기업이 CSRD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PwC는 이 가운데 첫 100개 보고서를 분석해 주요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1. 법적 의무 없지만 자발적 보고 확산

100개 보고서 중 약 90%는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CSRD를 국내법으로 아직 전환하지 않은 5개국 기업에서 발행됐다. 이는 기업들이 법적 강제 없이도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를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보고 범위와 형식의 큰 편차

보고서의 분량은 30~300쪽 이상으로 다양했으며, 다루는 지속가능성 관련 영향·위험·기회(IROs)의 수는 15개 미만부터 80개 이상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는 산업별 특수성과 기업의 역량 차이를 반영하나, 동시에 공통의 보고 관행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한다.

3. 이중 중대성 평가, 아직은 미흡

CSRD의 핵심은 기업이 자사의 지속가능성과 재무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모두 평가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이다. 대부분 기업은 내부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만 명시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생략했으며, 왜 특정 주제를 제외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했다.

4. 주요 주제: 기후변화·노동환경·기업윤리

가장 많이 보고된 주제는 기후변화(완화·적응·에너지), 노동자 권리(근로환경 중심), 기업윤리(문화·공급망·신고제도 등)였다. 반면 지역사회, 수자원, 생물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졌다. 이는 PwC의 글로벌 설문 결과와도 일치한다.

5. 기후위기 대응, 대부분 명시

보고서 중 단 2개 기업만이 기후변화를 주요 주제로 포함하지 않았다. 75% 이상이 넷제로(Net Zero) 목표를, 더 많은 기업이 전환계획을 명시했으나, 그 목표가 파리협정과 일치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스코프 3(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은 15개 항목 중 절반가량만이 보고됐다.

6. 독립적 검증과 불확실성의 지적

CSRD는 기본적으로 '제한적 수준의 검증(limited assurance)'을 요구하지만, 일부 기업은 핵심 성과지표나 전 보고서에 대해 한 단계 높은 '합리적 수준의 검증(reasonable assurance)'을 선택했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평가 방법, 측정 수치의 불확실성, 기업 간 비교 어려움 등을 강"하는 주석이 첨부되기도 했다.

이번 100개 보고서는 유럽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경영 체계와 보고 능력을 점진적으로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규정은 유동적이며, 모범 사례는 형성 초기 단계지만, 지속가능성 중심의 경영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SDG뉴스 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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