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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 없는 안전한 교실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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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교사모임 QTQ는 학창시절 성정체성 때문에 고립되어 있을 아이들에게 적어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사가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성소수자인권포럼 성소수자 친화적인 학교의 가능성 섹션.

성소수자교사모임 QTQ는 학창시절 성정체성 때문에 고립되어 있을 아이들에게 적어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사가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성소수자인권포럼 성소수자 친화적인 학교의 가능성 섹션.


6월은 곳곳이 무지개빛으로 물드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다. 하지만 한국의 교실은 여전히 혐오와 배제로 성소수자 학생과 교사들을 고립시킨다.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학교에서 성소수자 차별·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설문도 현실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이를 바꾸려는 연대와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소수자교사모임 QTQ의 교사들에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 현실, 그리고 포용적 교육을 위한 고민을 들어봤다.



무지개 배움 꾸러미의 중 ‘교실 속 성소수자 혐오 표현, 이렇게 대응해요’ 자료 중 일부.

무지개 배움 꾸러미의 중 ‘교실 속 성소수자 혐오 표현, 이렇게 대응해요’ 자료 중 일부.




교실 안 차별과 혐오…고립되는 교사와 학생들





“지금부터 움직이면 게이.” 성소수자를 조롱삼는 아이들의 말이 일상적으로 오간다. 혐오와 배제의 교실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이를 훈육하는 교사는 “선생님도 게이예요?” 같은 공격을 받기 일쑤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진행한 ‘LGBTQ+교사의 학교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1명의 성소수자 교사 중 73.6%가 학교에서 성소수자 차별·혐오 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동료교사, 관리자, 학생, 학부모에게서 혐오 표현을 들었다”는 응답뿐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커밍아웃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차별받은 경험은 없으나 이성애·시스젠더·정상가족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에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꼈다”는 고백도 많았다. 아웃팅, 성희롱, 젠더 기반 폭력 등 심각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성소수자교사모임 QTQ의 피치 교사(활동명, 고등학교 국어 교사)는 “남편-아내-자녀로 이뤄진, 이른바 정상가족 외에 다른 형태의 가족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학교 현장을 설명한다. 이현진 교사(가명, 중학교 영어 교사) 역시 “교사들조차 동성애를 ’더럽다’라고 표현하거나, ‘동성애자는 괜찮은데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이지' 같은 말을 거리낌없이 한다”면서 혐오 표현이 공기처럼 떠도는 학교의 분위기를 전한다. 교사들의 인식이 이러한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성소수자 교사들의 연대, QTQ





성소수자 교사 모임 ‘QTQ’(Queer Teachers with Queers, 이하 QTQ)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만들어진 모임이다. 2022년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가 조직했으며, 이제는 독립적으로 성소수자 교사 주축의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정기 총회와 1박 2일 소풍 같은 오프라인 모임은 물론 매달 온라인 모임도 갖는다. 책읽기 모임, 평소 궁금했던 퀴어 인사 초청, 퀴어 퍼레이드 축제 참석,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 행동 참여 등 소소한 친목 모임부터 사회적 참여까지 활발하다.



학교에서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성소수자 교사들에게, QTQ는 ‘안전한 연결'을 가능케 하는 울타리이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다. QTQ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이현진 교사는 “성소수자 교사들이 친목할 수 있는 장소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다양한 정체성과 경력의 교사들이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QTQ의 힘”이라며 모임의 가치를 설명한다.



지난해 QTQ에 가입한 후 올해는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는 피치 교사 역시 “퀴어 교사를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막막하고 두려웠다”면서 “QTQ 활동을 하면서 거리낌없이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두 사람뿐 아니라 회원 중에는 QTQ를 통해 처음으로 성정체성을 드러낸 이들도 있다. 보수적인 학교 현장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성소수자 교사들에게 QTQ와 같은 모임은 엄청난 지지인 셈이다.



연대의 힘을 바탕 삼아 지난 5월17일에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전교조와 ‘무지개 배움 꾸러미'를 배포하기도 했다. 학교가 포용적인 공간이 되길 바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 지지를 위한 수업 과정안, 추천 도서 및 영상, 게시용 환경 자료, 교사용 참고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엮었다. 그중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학교 만들기 체크리스트'는 교사가 스스로 지니고 있는 무의식적 차별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학생의 성별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나요?”, “성별로 분리된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나요?(예: 모둠 구성, 체육팀 등)” 같은 질문들이 담겨 있다. QTQ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무지개 꾸러미를 온라인에 무료 게시하고 있다(bit.ly/무지개배움꾸러미).



무지개 배움 꾸러미의 중 ‘교실 속 성소수자 혐오 표현, 이렇게 대응해요’ 자료 중 일부.

무지개 배움 꾸러미의 중 ‘교실 속 성소수자 혐오 표현, 이렇게 대응해요’ 자료 중 일부.




혐오를 밀어내기 위한 교실 안 작은 투쟁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단어가 삭제되는 등 인권 교육이 퇴보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 친화적 교육을 전면적으로 펼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교사 개인의 신념과 재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QTQ 교사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교실에서 혐오를 밀어내기 위해 애쓴다. 학생들이 ‘게이’나 ‘레즈’ 등의 성소수자 표현을 조롱으로 사용할 때 동조하지 않고 바로잡아 주거나, 혐오 표현에 위축되는 듯한 아이들에게는 지지를 보내는 식이다.



이현진 교사는 원어민 영어 교사와 협력해 미국의 다양성 문화를 소개하면서 차별금지법을 알려주거나, 성소수자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학생들과 함께 보고 감상문을 쓰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피치 교사 역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부모님'이라는 표현 대신 ‘보호자'로 바꾸어 쓰는 나름의 실천을 하고 있다. 사소한 표현의 차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다양성 교육을 실천하려 애쓰는 것은 교사로서 교육관이기도 하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겪는 고립감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나는 왜 남들과 다르지”라는 고민을 겪은 이들은 지금도 성정체성과 성지향성 때문에 고립되어 있을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본다. 그런 아이들에게 적어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사가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QTQ와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가 함께 만든 무지개 꾸러미의 게시용 포스터.

QTQ와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가 함께 만든 무지개 꾸러미의 게시용 포스터.




포용적 교실 위해 필요한 변화들





지난 6월1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는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QTQ 회원들 역시 축제에 참여해 함께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모임 ‘띵동', 성소수자의 부모 및 가족 모임은 ‘성소수자부모모임'도 부스로 참여했다. 성소수자 부모(보호자)와 교사, 그리고 청소년이 연결된 포용과 환대의 축제가 끝나면, 그중 다수는 다시 고립과 혐오의 학교로 돌아간다. 어떻게 하면 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교실이나 교무실에는 성소수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있다. 퀴어 학생들은 우울감이나 자살 시도 등이 높은 편이다. 이런 학생들이 교사에게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다. 차별하고 혐오하지 않는 것, 그 정도다. 학생을 살리고 싶다면 혐오 표현을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을 살리고, 사랑해달라”는 QTQ 교사들의 당부처럼, 포용적 교실은 바로 옆에 있을 누군가를 살아 있는 존재로 감각하고, 존중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개인이나 단체 차원의 노력을 넘어선 사회 차원의 변화도 중요하다. QTQ 교사들은 ‘포괄적 성교육의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우선 과제로 꼽는다. 이현진 교사는 “학생들의 혐오 발언은 결국 우리 사회의 반영이다. 혐오 발언이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줬을 때, 학생들의 태도나 표현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피치 교사 역시 “인식 변화가 먼저라며 정책을 미루는 핑계로 쓰는데, 정책이 구축되면 인식이 따라서 변하기도 한다”며 제도 변화의 우선성을 이야기했다.



결국 인식과 조직 문화,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변화할 때 혐오와 차별없는 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성소수자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학교는, 결국 모두에게 안전하고 포용적인 학교일 것이다.



박은아 객원기자, 사진 QT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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