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시마 일본 총리 보좌관이 16일 오후 최종현학술원에서 동북아 정세와 한일관계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제공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국가안보담당 총리 특별보좌관이이 한일 협력에 대한 일본측의 제안을 내놓고,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한 탐색전에 나섰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전후 80주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일 정부가 ‘이재명-이시바 담화’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의원이자 이시바 총리의 안보 담당 보좌관을 맡고 있는 나가시마 보좌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주한일본대사관이 개최하는 리셉션 참석을 위해 15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찬을 하고, 한일의원연맹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이재명 정부와의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6일 오전 위 실장이 나가시마 보좌관과 조찬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양측은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쪽에선 두 정상 간 회담이 “조율 중”이라면서도 “지난 한일 정상 간 아주 좋은 내용의 통화가 있었다”며 성사 쪽에 일단 무게를 실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수교 60주년, 해방 80주년을 맞아 놓은 관계를 만들자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며 “(만약 회담이 열린다면) 통화의 연장선에서 회담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특히 이날 오후 최종현학술재단과 한국외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국면에 있다”며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정부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하고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접근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연계 강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 상시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안보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상세히 분석한 뒤 한일이 이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고 군사 안보, 에너지 안보, 경제 안보에서 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군사 안보 분야의 협력은 한일 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역사 문제가 병목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일 양국 정부는 역사문제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 과정에서 한일이 역사 문제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해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 것 △정부의 담화를 비롯한 과거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 등 ‘3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3대 원칙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과거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란 대목이다. 1965년 수교와 함께 맺어진 한일 기본조약에서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을 비롯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과거사에 대한 한일의 이견은 여전히 크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이날 제안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사과 등을 담은 기존 담화를 유지할 테니, 한국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에 대한 제3자 변제 등을 비롯해 위안부 합의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의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연설 뒤 ‘이시바 내각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에 화답하는, 전후 80주년을 뛰어넘는 건설적인 정부 담화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을 여기서 말할 수는 없지만 해당 내용을 진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제안하고 고려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이재명-이시바 담화’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일본도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하면서도 “과거사·영토 문제는 원칙적으로, 사회·문화·경제는 미래 지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가시마 보좌관의 이번 방한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방향과 한일·한미일 협력의 전망을 직접 살펴보는 ‘탐색전’인 동시에, 일본의 제안과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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