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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종 "춤추지 않는 나 상상할 수 없다…예술가이자 메신저, 모두 책임지고파"[인터뷰S]

스포티비뉴스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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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무용가이자 디렉터, 최호종(31)을 향한 수식어는 찬사와 존경의 연속이다. 무용가들의 무용가, 무용의 신, K무용의 선구자…. 동아콩쿠르 동상 은상 금상을 차례로 수상하고 2017년 국립무용단에 최연소 입단, 부수석까지 지낸 그는 지난해 엠넷 서바이벌 댄스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내내 퍼스트 계급을 유지하며 우승까지 거머쥔 최호종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황홀한 무대, 경이로운 표현력에 경쟁하던 무용수들도 리스펙을 보냈고, 곳곳에서 그에게 온통 마음을 뺏긴 이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지난달, 그는 누구도 하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건 공연 '2025 CHOI HOJONG 1ST MOVENOTE 'NOWHERE''은 무용수로서는 최초의 단독 공연이었다. 예매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뜨거운 관심 속에 공연은 뜨겁게 마무리됐다. 최호종은 "이례적인 부분도 있었고, 새롭게 접점을 만든 부분도 있다보니 잘 마무리한 뒤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상당히 부담이 된 형식이있습니다. 무용수가 단신으로 긴 시간, 퀄리티까지 신경쓰면서 공연을 올리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여러 작품을 올려 예술적인 부분도 대중들께 설득하면서, 또 대중분들이 즐기실수 있는 작품에서 사유를 담은 작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호종은 '볼레로' 무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군무로 널리 알려진 라벨의 '볼레로'로 홀로 무대를 채우려다보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고. 최호종은 "정신병이 걸릴 것 같은 반복, 집요한 광기가 필요한 작품이다보니 연습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다"면서 "15분을 내리 춤을 춘다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많아 현장에서도 예민했고 또 섬세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혁신적인 옛 작품을 오마주 해 올린다는 게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무용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런 작품을 오늘날 해석해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릴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며 "무덤에 안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연을 마치면 철인3종경기라도 한 것 같은 상태가 됩니다. 하루 2회이고 길이도 꽤 길어, 스스로도 이 정도의 체력 소모가 가능할까 했어요. 대체가 불가능하기에 절대로 다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운동도 연습도 늘 깨어 있어야 했습니다."


며칠 전엔 팬들이 열어 준 생일카페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이런 것도 처음이라 감사한 마음이었다"는 최호종은 "아직 해야 할 것이 많아 생일날도 연습했다"고 했다. 단독 공연 이후에도 그는 파격과 실험을 추구하는 무용단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 · 이하 SAL)의 부예술감독으로서 또 다른 안무작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 당장 잡힌 공연과 행사도 여럿이다.


어쩌면 무용가의 삶이란 수행의 연속인 걸까. "단순히 몸을 쓰는 직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성장해야 한다. 어쩌면 연습이 수련이 아니라 수련, 수행이라는 말이 와닿을 수도 있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호종은 "어떻게 해야 몸으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며 "혼자만의 시간, 고독하면서도 고민과 고통이 대부분인 시간을 자주 보낸다"고 했다. 내향적이기도 하고, 혼자일 때 무언가 활성화 된 느낌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런 그가 댄스 서바이벌 '스테파'에 출전한 것은 그를 아는 이들에게도 놀라운 결정이었거니와 스스로에게도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 우승 상금조차 없는 서바이벌, 더구나 국립무용단을 떠나 더 많은 세계와 작품을 경험하고자 하던 시기였다.

최호종은 "스테이지 파이터가 있기 전, 무용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기 때문에 의미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 또한 방송에 좋은 소재, 재료로 쓰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회상했다.


"3개월 정도는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국립무용단을 나온 것이 스스로 깊어지고자 결단했던 것이라, 방송을 나가는 것이 과연 맞을까. 저의 이미지나 결정이 가벼워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무용이라는 무대에서 꿈을 찾고 혜택받은 사람으로서 이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혹여 잘 안돼서 희생되는 순간이 있더라도 무용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우파'와 다르게 순수예술의 무용수들이 어떻게 경쟁을 대하는지 좋은 선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소재로 쓰이고 퇴장하자."

허나 모두가 알아봤다. 그 덕분에 많은 대중이 최호종이라는 무용수, 동시에 최호종이라는 안무가의 존재를 알고 그를 애정하게 됐다. '

스스로는 플레이어로서 혹은 안무가로서 역할을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고. 최호종은 "플레이어로서 동시대를 접하고 성장해야만 안무가로서도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술가로서 정체돼 있지 않으려면 플레이어로서 뭔가 발굴하고 무대에 올라하고, 안무가로서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많이 받지만 최호종의 영감이 되는 것은 주로 '글'이라고. 메모와 글쓰기는 10년째 이어진 습관이다.




"죽을 때까지 춤추고 싶다"는 최호종에게도 꿈이 없던 시절이 었었다. 1주일에 학원을 11개씩 다니던 대치동 키즈 시절엔 유일한 탈출구가 글쓰기였을 뿐, 꿈도 의욕도 없이 세상을 냉소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1 아들이 뭐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이 보낸 오디션 캠프에 참여했다가 연극 극단에 입단한 게 시작이었다. 고3이 되자 믿고 따르던 극단의 연출가가 그에게 무용을 권유했고, 그는 세종대학교 무용과에 진학해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시작이 늦다보니 기본기가 부족해 동급생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무대를 사랑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말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큰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저는 무대를 사랑했어요.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연극이든 췸이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연극치료가 있듯이, 저는 그 안에서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격이 열리기 시작했고,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확신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죠. 뭘 해도 강단있게 바뀌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K무용의 아이콘이자 선구자로 추앙받는 요즘, 그를 향한 찬사와 기대가 혹여 부담으로 다가오는지는 않을지. 최호종은 그저 "제가 무용의 선구자나 이런 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스스로 '나 그 정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라 오히려 부담이 없다"고 담담히 답했다. 이어 "저는 제 멋대로 하고 있다. 제 마음대로 살고 있다. 제가 뭔가를 해냈다고 생각은 안 든다. 평소에 해오던 것들이고 나는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다.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했다. 춤 아닌 다른 무대, 방송이나 유튜브가 그를 찾는다면? 그는 "본질이 맞다면 열려 있다, 하게 되면 열심히 한다"며 "너무 열심히 할까봐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호종에게 무용수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너무나 모호하고 방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장은 계속 지금처럼 정체돼 있지 않고 지난 나를 버리고 탈피하고 거듭나면서 새로운 욕망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퍼포머로서는 계속 튀어나가면서 마지막 무대를 향해서 계속 춤을 출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정체되지 않고 춤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최호종은 막힘없이 답을 이어갔다.

"예술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진행하지만, 대중분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작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다보니까. 다양한 저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하나 어중간하지 않게 둘 모두에 확실하게 임하고 싶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한편 무용을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는 메신저로서 역할, 전부 책임지고 가져가보고 싶습니다."

그럼 '인간' 최호종서 꿈꾸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단어를 골랐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합니다. 내가 춤이 아니면 내 존재 가치가 뭘까. 그만큼 춤이 너무나 제 삶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춤추지 않는 나를 상상할 수 없어요. 굳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것. 현실적인 것이나 다른 유혹이나, 나를 흔들 수있는 모든 영향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것이 인간 최호종으로서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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