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탁 논설위원 |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 5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 한 오피스텔에서 판교 IT 개발자 2030 직장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방송 3사가 실시한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반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37.2%,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36.9%였다. 보수 성향 후보를 합하면 74.1%에 달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58.7%, 이재명 후보를 36.3% 지지한 것으로 나왔었는데, 보수화 경향이 더 강해진 셈이다.
30대 남성은 이번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37.9%, 김문수 후보 34.5%, 이준석 후보 25.8% 지지로 응답했다. 2022년 대선 당시 30대 남성 출구조사가 윤석열 후보 52.8%, 이재명 후보 42.6%였던 것에 비하면 역시 보수화 강도가 높아졌다. 다만 20대 남성 만큼은 아니다.
반면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은 이번에 이재명 후보에게 각각 58.1%, 57.3%의 지지를 보여 2022년 대선을 능가하는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에 따라 치러지는 대선인 탓에 보수화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는 2022년 대선 때보다 높았다. 그래서 2030 남성의 보수표가 없었다면 대선 득표율 격차는 더 컸을 것이다.
젊은 남성의 표심 변화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표면 위로 올라왔다. 2019년 국정과제 자문기관인 정책기획위원회가 만든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자료에 그 원인이 담겨 있다. 정책기획위는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대 남성이 피부로 느끼는 ‘역차별’ 이슈는 법제도 불만에서부터 생활 문화적 고충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으나, 대체로 정부 정책의 여성 ‘편익 우선적’ 편향성에 대한 불신을 공통된 특징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여권 내 일부 정치인의 젠더 편향적 정책 행보와 함께 20대 남성의 불만을 고려한 통합적 정책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민주당은 그동안 제대로 보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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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보다 못 살게 되는 세대
경쟁사회 열패감속 공정 요구 증가
정부, 젠더 구별 없는 정책 내놔야
청년층 젠더 갈등이 선거 이슈로 불거지는 현상의 이면에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놓여있다. 정혜주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청년층인 90년대생이 태어났을 때 여아 낙태가 많았던 탓에 성비 차이가 가장 큰 세대라고 한다. 또한 현재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못 살게 되는 첫 세대’로 꼽힌다.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은 열패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 사이에 ‘흙수저론’이 대두한 배경에는 능력주의를 내세운 경쟁 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청년들의 학창 시절은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무한 경쟁의 장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밑바탕이었는데, 현실은 딴판이었다. 저성장이 뉴노멀인 시대가 됐다면서 개천에서 용은 더이상 나올 수 없다고들 하니,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가 회사 출근길에 투표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남성들에게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나 장치는 불공정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젊은 남성들에게 먹힌 이유다. 반면 젊은 여성들은 경쟁에서 소외될 경우 비난할 대상으로 젊은 남성을 꼽지 조차 못하는 무력감에 빠지면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가 2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선거에서 드러난 청년들의 남녀별 표심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위로 올라갈 사다리는 없어졌는데 서로 갈라져 있다. 경쟁 위주의 교육을 줄이고 성별로 구별하지 않는 청년 정책을 정부가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표를 얻으려는 행태 자체를 배격해야 한다. 청년들은 단지 보수·진보화한 게 아니라 과거와 다른 자신들의 처지에 갈등하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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