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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전단, 무슨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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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랜드 앞에 대북전단 살포 지역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조치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1

15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랜드 앞에 대북전단 살포 지역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금지 조치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한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이에 대한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관계 당국은 엄중한 처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16일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예방과 사후 처벌 등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찰은 대북 전단 살포를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전단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예정된 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켰고 13일엔 접경 지역 주민들을 만나 “(대북 전단에 사용되는) 헬륨 가스 사용은 가스관리법 위반이며 현행범 체포 대상이다.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때인 2020년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전 차단하겠다”고 했었다. 재난안전관리법으로 일부 지역을 ‘위험 구역’으로 지정해 출입 금지시키는 것을 포함해 고압가스법, 폐기물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등 7가지 법률을 단속 근거로 거론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같은 법률들로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북 전단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정면충돌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김여정의 하명으로 만든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았고, 헌법재판소도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어떤 법적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대북 전단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며 편법에 불과하다.

대북 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해온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은 2014년 대북 전단 풍선에 사격을 했고, 대북 전단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오물 풍선을 날리기도 했다.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고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다른 수단도 마련할 때가 됐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북 정보 유입은 전단 외에도 라디오·방송 등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정부는 헌법에 어긋나는 대북 전단 처벌보다는 민간단체들과 대북 전단 이외의 다른 정보 유입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근거도 없이 군사작전처럼 행정력으로 단속하고 민간단체는 쫓기듯 전단을 살포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원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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