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체계가 15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서 이란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13일 새벽(현지시각)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며 중동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자신들과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벌인 기습 공격을 방관한 데 이어,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졌는데도, 미국이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가 크게 후퇴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한-미 동맹에 의존해 안보 문제를 해결해온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미 의존 완화와 관련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5일에도 서로를 향한 보복 공격을 이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은 군 핵심 지휘부와 주요 과학자들이 숨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에서도 ‘아이언돔’ 등 방공망이 뚫리며 각지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15일로 예정됐던 미-이란 간 6차 핵 협의 일정도 취소됐다.
이처럼 심각한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데도, 미 국무부는 사태 첫날 “우린 이번 공습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짧은 성명만 내놓은 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쉽게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적었을 뿐 뚜렷한 조처를 취한 게 없다. 이번 사태를 비유하자면, 북-미 간 대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이 제3의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미국이 마치 뒷짐 진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14일 이란·이스라엘·미국에 전화를 걸어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도록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 중심 일극 체제가 후퇴하고, 중국·러시아 등이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다극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듯하다. 국제 정세 변화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출국한다. ‘12·3 계엄’ 이후 6개월여간 멈췄던 한국 정상외교의 복원이다.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잘 관리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타산지석 삼아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도 만전을 기하는 등 한국 외교의 다변화 노력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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