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서울시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책은 민간 건설 시장의 규제 완화, 중앙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등 단편적·일시적 정책이다. 주택 공급 정책 또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공택지 개발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는 주택을 공급할 땅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주택 공급이 가능한 다양한 토지가 역세권 등 편리한 곳에 산재해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역세권 등 주택 공급을 하기에 적합한 '도시계획시설', 즉 주차장, 유수지, 물재생센터, 철도, 도로, 공영차고지 등이 상당하다. 이러한 도시계획시설들은 대부분이 국공유지다. 정부나 지자체가 계획만 잡으면 바로 주택 공급을 실행할 수 있는 토지들이다. 종전에도 철도 상부 공공주택 공급 등 유사한 시도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신정차량기지 상부 공공임대주택 공급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도시계획시설 상부에는 '공공임대'주택만을 공급해야 한다는 경직된 정책 발상과 주민 민원, 수익성 악화 등이 이어져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안으로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주택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 국공유지인 도시계획시설 복합화를 위해 '민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혹은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주택을 공급하는 토지인 도시계획시설은 공공이 소유하고, 민간은 분양 혹은 장기임대를 통해 건설비를 충당해가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단시간에 효율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2024년 공간혁신구역제도 도입으로 도시계획시설의 복합화가 제도로서 가능해졌다. 시가지 내 양호한 입지의 도시계획시설을 활용하면 도로 등 별도의 기반시설 신설도 필요 없다. 공공이 투명한 공모 절차를 거쳐 민간사업자를 선별한다면 특혜 시비 같은 행정적 부담도 없앨 수 있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공용지에 건설비만 충당하면 신속하게 주택 건설 사업이 가능하다. 침체된 건설 시장에 엄청난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민간투자사업(BTL 사업 등)은 현재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는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면 언젠가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주택 공급 정책만이 주택가격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민간 건설 시장의 활성화가 어려운 지금 국공유지인 도시계획시설을 활용한 주택 공급은 가장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 될 것이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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