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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출판물로 본 억압과 저항의 흔적…'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연합뉴스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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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수 우경화 과정을 복기한다…'네오콘 일본의 탄생'
책 표지 이미지[푸른역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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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역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불량한 책들의 문화사 = 고영란 지음. 윤인로 옮김.

일제가 한반도를 식민지로 지배한 것이 당시 양측 출판 시장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층적으로 검토하고 소개하는 책이다.

일본의 근대 출판문화사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는 굳이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의 상황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지만 근대 조선을 연구하는 이들은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서 일본어 자료를 살피기 마련이다. 덕분에 일본 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내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출신으로 도쿄에서 32년째 생활하고 있는 니혼(日本)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저작물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정책에 불만을 품거나 저항하는 조선 출신자를 '후테이센진'(不逞鮮人·불령선인)이라는 용어로 매도했다. 당시 신문을 보면 이 표현은 1919년 무렵부터 확인되기 시작하며 간토(關東)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이 벌어진 1923년까지가 관련 보도의 정점을 이뤘다고 한다.

후테이센진은 3·1 운동 이후 저항하는 조선인을 폭도 등으로 간주하고 억압하고자 했던 제국의 시각이 투영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또 1923년 간토 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도 영향을 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박열(1902∼1974)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1903∼1926)가 후테이센진을 일종의 되치기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922년 11월에 '후테이센진'(太い鮮人)이라는 발음은 같지만, 표기가 다른 잡지를 만들어 저항의 패러디를 구사했다. 창간 이유를 설명한 대목에서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신랄하게 용어를 비판했다.


"일본사회에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불령선인'이 과연 터무니없는 암살, 파괴, 음모를 꾸미는 자들인지, 아니면 어디까지나 자유의 염(원)에 불타는 씩씩한 인간들인지를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일본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알리고자 (중략) 간행한다."

책은 일제 강점기 일본 본토의 법이 식민지와는 달랐고, 조선인들은 이런 차이에 주목해 우선 일본에서 출판물을 낸 다음에 이를 조선에서 유통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도 소개한다.

아울러 출판물을 매개로 식민지와 제국 구성원 사이에 벌어진 상호 작용이 저항과 협력이라는 이분법적 인식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푸른역사. 418쪽.

책 표지 이미지[너머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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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네오콘 일본의 탄생 = 서의동 지음.

아베 신조(安倍晋三·1954∼2022)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일본 보수우익 세력, 이른바 네오콘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역사 수정주의라고 불리는 퇴행적 인식이 힘을 얻게 된 과정을 다각도로 살피는 책이다.


책은 거품 경제가 끝난 뒤 찾아온 일본의 경제적 침체, 좌파·진보 세력의 약화, 중국의 대두로 커지는 안보 불안, 아베를 중심으로 뭉친 집권 자민당의 독주 등을 조명하며 열도의 우경화 과정을 알기 쉽게 독자에게 설명한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할 무렵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자는 이 두 사건이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를 필두로 한 민주당 세력의 몰락을 가속한 분기점이라고 규정한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2009년에 54년 만의 여야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주일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마찰, 주요 정치인의 정치자금 스캔들 등으로 휘청거렸고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결정타를 맞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보여준 미덥지 못한 대응은 일본 유권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아베 정권이 독단으로 치달아 불만이 고조해도 유권자들이 선거 때 도로 자민당을 찍은 것은 이런 측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너머북스. 30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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