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여전히 초창기 제시됐던 장밋빛 약속을 완전히 실현하진 못했다. 그리고 챗GPT가 아직까지는 필자와 필자의 업무 전체를 대체하지 않았다는 점에 오히려 안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챗GPT는 가상 개인 비서로서 지녔던 잠재력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예약 작업(Scheduled Tasks) 기능 역시 그런 진화의 일부다.
예약 작업은 지정된 시점 또는 반복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롬프트다. 예를 들어, 특정 요일과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챗GPT가 자동으로 알려주도록 설정하거나, 매일 아침 주요 뉴스를 요약해서 받아보거나, 주 1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게 만드는 작업도 가능하다. 이 기능은 놀라울 만큼 유용하다.
이 기능은 o3, o4-미니(o4-mini) 모델에서만 제공되며, 이를 사용하려면 챗GPT 플러스(Plus) 이상 요금제를 구독해야 한다. 하지만 구독료만큼의 가치가 충분하다. 실제로 챗GPT의 예약 작업은 필자의 일상에 더 건강한 루틴을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 만들기
프리랜서 작가로서 필자는 일과 삶의 자율성을 누린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할 필요도 없고, 하루 종일 업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원하는 글을 원하는 시간에 쓰며, 일정 기간 내에 결과물을 완성하기만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동기를 부여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스스로의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미루는 습관에 시달려 왔고, 그래서 더욱 예약 작업 기능에 매력을 느꼈다. 덜렁거리는 필자의 작업 스타일은 아이러니하게도 루틴에 들어가게 되면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규칙적인 흐름을 좋아한다. 챗GPT의 예약 작업 기능은 그런 루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도와준다.
이 이메일 알림은 챗GPT의 예약 작업 기능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매번 알림 문구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돼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Jon Martindale / Foundry |
필자는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해진 일정이 없다 보니 하루를 그대로 흘려보내기 쉽다. 처음엔 오전 9시에 시작하려던 하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9시 30분이 되고, 레딧을 잠깐 훑다 보면 10시, 강아지 산책까지 다녀오면 10시 30분, 결국 11시가 돼서야 겨우 자리에 앉는다.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챗GPT를 가상 비서처럼 활용해 본 첫 시도는 아침 일과를 규칙적으로 시작하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은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알림이 뜬다. 사실 이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기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이르게 재촉하면 그냥 무시해 버릴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살짝 등을 떠미는 신호가 성가신 경고보다 훨씬 낫다.
지금까지 그 효과는 반반 정도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 이메일 알림이나 앱 알림이 도착하면, 집중을 방해하던 것을 내려놓고 다시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매번 조금씩 바뀌는 문구 덕분에 일반적인 알림보다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솔직히 말해 가끔은 챗GPT가 뭐라고 말하든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날도 있다. 반대로 알림이 도착했을 때 이미 집중해서 일하고 있을 때는 ‘봐라, 내가 먼저 시작했다’는 묘한 뿌듯함도 느낀다.
작은 습관을 꾸준히 지키기
개인적으로 예약 작업 기능이 더 빛을 발하는 부분은 일상 속 사소한 습관 관리다. 누구나 꾸준히 지키고 싶지만 자꾸만 놓치게 되는 작은 루틴이 있다. 1~2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지만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수년째 만성 요통을 겪고 있는 필자는 통증을 완화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도구와 방법을 활용해 왔다. 챗GPT의 예약 작업은 그 도구 상자에 가장 최근에 추가됐다. 현재 평일 근무 시간 중 하루 두 번, 챗GPT는 필자에게 간단한 스트레칭과 척추 운동을 하라고 알려준다.
자세 교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필자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반영된 사진이다.Igor Omilaev / Unsplash |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챗GPT 예약 작업을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물을 더 자주 마시기 위한 알림이나 가족·지인 안부 확인, 강아지를 잠깐 산책시키라는 알림 등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들은 매일 아침 날씨 정보를 받아보거나, 주말마다 할 일을 제안받는 등 규칙적이지 않지만 흥미로운 콘텐츠를 챗GPT로 받아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중요한 건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나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이든 간에 챗GPT의 예약 작업은 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미 챗GPT 앱이나 웹 서비스를 다른 용도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면 더욱 유용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기능을 계속 쓰는 이유 “간편해서”
챗GPT로 리마인더를 예약하는 과정이 워낙 단순해서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달력 인터페이스를 뒤질 필요도 없다. 새 채팅을 열고, 하고 싶은 말을 대충 입력하면 대부분 챗GPT가 맥락을 잘 이해한다.
예약 작업을 설정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다.Jon Martindale / Foundry |
한밤중에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챗GPT에 두서없이 던져도 무방하다. 오타투성이에 문장이 엉켜 있어도 시간과 날짜만 제대로 입력하면 챗GPT는 요청을 꽤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하는 시점에 잊지 않도록 잘 알려준다.
이메일 연동 기능 덕분에 챗GPT 앱을 계속 켜둘 필요도 없다. 받은 편지함에 알림 메일이 도착하는 순간, 제목만 스쳐봐도 해야 할 일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 데스크톱 알림처럼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효과적이다.
챗GPT 예약 작업을 시작하는 방법
챗GPT의 예약 작업 기능은 사용법이 꽤 간단하지만, 직관적이지는 않다. 오픈AI가 이 기능을 이해하기 힘든 모델 이름 뒤에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기본 설정인 챗GPT-4o 모델은 예약 작업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모델이 작업을 예약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도 실제로 예약을 시도하면 “현재 챗GPT는 자동 알림이나 캘린더 연동 기능은 직접 제공하지 않지만, 아래 중 하나로 쉽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라며 캘린더에서 알림을 설정하는 방법만 안내할 뿐이다.
예약 작업을 사용하려면 o3 또는 o4-미니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o4-미니-하이(o4-mini-high)는 지원하지 않는다. o3와 o4-미니 모델 모두 예약 작업 요청을 무리 없이 처리하며, 작업이 설정되면 챗GPT가 요청이 등록됐음을 명확하게 확인한다.
예약 작업 기능을 사용하려면 o3 또는 o4-미니 모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유료 구독이 필요하다. Jon Martindale / Foundry |
예약 작업을 요청할 때는 기존 챗GPT 사용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10시에 일 시작하라고 알려줘. 간단한 동기부여 문구도 같이 보내줘”처럼 자세하게 말해도 되고, “10시에 일하라고 알려줘”처럼 간단히 말해도 충분하다. 다만, 챗GPT에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나 요청에 대한 기존 주의사항은 이 기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기능이 기존의 생산성 앱이나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챗GPT의 다른 기능을 유료로 사용 중이면서, 유연한 리마인더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예약 작업 기능을 한 번쯤 활용해 볼만하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놀랄 만큼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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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Martindale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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