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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나에게 다정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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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재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엔 조금 어색합니다. 어딘가 허전하고, 불안이 조용히 따라붙지요. 말을 건넬 사람도, 같은 풍경에 함께 감탄할 이도 없습니다. 짐을 챙기는 것도, 길을 헤매는 것도, 식당 문을 열고 혼자 앉는 일도 오롯이 나의 몫이지만, 그 모든 순간이 쌓여 나는 어느새 더 단단하고, 더 유연한 내가 되어갑니다.

태국 담넌싸두억 수산시장. ⓒ김재원

태국 담넌싸두억 수산시장. ⓒ김재원


처음엔 낯설게만 느껴졌던 고요가, 조금씩 익숙한 위로가 되어 다가옵니다. 나를 돌보는 일에 서툴렀던 나는, 그제야 조금씩 나를 배려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게 낯선 길 위를 혼자 걷는 동안, 마음 안쪽에서는 오래 묻어두었던 목소리가 조금씩, 아주 작게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엇을 증명할 필요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다정’해집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괜스레 눈물이 나도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는 하루가 이토록 행복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본 오사카 도톤부리. ⓒ김재원

일본 오사카 도톤부리. ⓒ김재원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내 감정들이, 마치 먼지가 걷힌 유리처럼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나의 진심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되살아납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목적 없이 골목을 걷고, 해 질 녘 혼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그 모든 고요한 틈 사이로 나의 마음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낯선 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나의 리듬, 나만의 온도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조용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괜찮아졌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됩니다.

제주 태신해안로. ⓒ김재원

제주 태신해안로. ⓒ김재원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가지만, 나는 이제 그 안에서 나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 속에서 나에게 건넨 다정한 말들을 조금씩 꺼내어 쓰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괜찮아, 너답게 잘살고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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