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책방 곱셈에서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북토크가 열렸다. 지난해 출간 뒤 같은 장소에서 두번째 열린 북토크였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마을.”(이시바시 다케후미)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는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진보초에, 안 가본 사람을 여러번 가는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다. 책에는 이름난 진보초 서점 18곳의 현대와 전통의 공존을 고민해온 대표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지난해 3월에 나온 책인데, ‘앵콜 진보초’ 북토크가 책방 곱셈에서 여름이 성큼 다가온 지난 6일 열렸다. 책을 낸 정은문고의 이정화 대표와 박순주 작가가 독자들을 만나 책의 탄생 과정을 들려주었다. 기획이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듣는 좋은 기회였다.
책을 낸 정은문고의 이정화 대표도 ‘안 가본 사람’이었다. 맨 처음 진보초를 찾았을 때는 입구 앞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가는 사람을 구경했을 뿐이란다. 한 일본 책을 편집하면서 진보초를 발견하고, 그 오래된 서점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질문하면서 ‘가고 또 가는 사람’이 됐다. 서울의 청계천 책방 거리가 서울대 문리대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형성되었던 역사와 잇닿듯이, 진보초 거리의 책방은 도쿄대학이 생긴 1877년 첫 서점이 자리 잡고, 메이지대학 등 여러 대학이 들어서면서 융성하게 되었다. 올해로 148년의 역사, 이 대표는 옛날을 되새김질하기보다 150년간 살아남은 비결,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책방 주인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정은문고는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2022)에서 책방 주인 인터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반전·평화운동가이자 희곡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희곡집 ‘아버지와 살면’을 낼 때 만난 박순주씨를 떠올렸다. 순주씨는 일본의 가무극인 ‘노’를 배우러 유학을 감행한, 옛 서적을 끊임없이 들춰보아야 하기에 진보초와 친할 수밖에 없는 연극인. 이 대표가 기획안을 건넨 시점은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였다. 순주씨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이 대표를 말리고 나설 판이었다. 서점에 셔터가 내려지고 문에 ‘임시휴업 중’이라고 쓰인 종이들이 붙어 있고 잘 가던 밥집도 술집도 없어지던 때였다. 하지만 순주씨는 꼭 필요한 책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이 대표의 고집스러움에 서서히 밀렸다.
그런데 책방 주인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게 가능할까. 서점 ‘잇세이도’는 감색 정장을 입은 직원이 의자에 죽 앉아 있어 복도에서부터 주눅이 드는데, 책방 주인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무서운 복도는 이상한 곳으로 이어졌다. 기획을 소개하기 위해 들고 간 정은문고 책을 보고 고미야마 서점 직원인 다케우치 도시오가 반색했다. 고미야마는 이노우에 히사시가 문을 닫고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을 정도로 단골이었던 서점. 그가 담배 피우는 사진도 간직하고 있었다. 다케우치가 인터뷰를 주선하고 나섰다.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l 박순주 지음, 정은문고(2023) |
고서점이 몰려 있다는 것은 내부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거기다 온라인 서점과 중고 사이트 등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고미야마 서점의 3대 대표 고미야마 게이타는 인문서 서점을 현대 아트를 취급하는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진보초에는 130여개 고서점이 있어요. 도태되지 않도록 매일 노력해야 하는 이유죠.” 고미야마 서점은 미시마 유키오의 코너를 넣어 대표의 취향을 살리고,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간판을 걸고, 여러번 재단장했지만, 또 리뉴얼이 예정돼 있다.
순주씨가 찾은 인터뷰 성공 팁은 ‘달달한 것’이었다. 나이 든 대표들이 모두 케이크라면 사족을 못 썼다. 이 대표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부터 진보초를 즐기는 팁을 알려주었다. 진보초역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점 ‘책거리’가 있으니 일본어로 된 한국 책을 구경하기에 좋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가 단돈 100엔으로 사던 균일가 매대가 서점마다 놓여 있으니(300~800엔) 가볍게 책을 기념품 삼을 수 있다. 최상급의 진보초 즐기는 법은? 진보초에 고서점을 여는 것이란다.
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