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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이는 눈으로, 보이는 대로 그렸다…우리 시대 표현주의 미술

중앙일보 권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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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디스코스 온 아트’ 개관전, 15일까지
서울 성수동의 갤러리 '디스코스 온 아트' 전시전경. 왼쪽부터 이겨레의 '방문자', 서용선의 '남녘사람 북녘사람'(위), 장규돈의 '머리', 김남표의 '파리의 밤은 짧다 #1' 권근영 기자

서울 성수동의 갤러리 '디스코스 온 아트' 전시전경. 왼쪽부터 이겨레의 '방문자', 서용선의 '남녘사람 북녘사람'(위), 장규돈의 '머리', 김남표의 '파리의 밤은 짧다 #1' 권근영 기자


화가 이겨레(38)는 생후 5개월 선천성 백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럼에도 서울대 서양화과를 최우등 졸업했다. “나의 시각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태어나면서부터 형성된 것이기에, 잘 보이는 상태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돌아본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은 명확히 알아볼 수 있지만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사람들과의 갑작스러운 마주침을 종종 겪게 됐다. 신체적으로 예측 못하는 상황에 대한 심리적 긴장을 안고 살아왔다. ‘방문자’(2010)는 칸막이 쳐진 공동 작업실에 나타난 방문자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그림이다. 이겨레의 그림 옆에 서용선(74)의 ‘남녘사람북녘사람’(2006) 시리즈 중 조선공산당 초대 책임비서 김재봉 초상과 장규돈(40)의 ‘머리’(2021) 시리즈가 위 아래로 걸렸다.

장규돈이 그린 '머리 1'(2021)의 표면. 인물 위에 엄나무 가시 6개를 붙였다. 권근영 기자

장규돈이 그린 '머리 1'(2021)의 표면. 인물 위에 엄나무 가시 6개를 붙였다. 권근영 기자


지인들을 고깃덩이처럼 묘사한 프랜시스 베이컨(1909~92)을 연상시키는 장규돈의 인물화는 나무판에 템페라 안료로 그린 얼굴 위에 뾰족한 엄나무 가시들을 붙였다. 갈라진 물감과 나무 가시가 거칠거칠하다. 가장 오른쪽 돼지를 탄 나폴레옹은 김남표(55)의 유화 ‘파리의 밤은 짧다 #1’(2024). 백마를 타고 해발 2469m의 알프스 그레이트 세인트 버나드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19세기 역사 초상화와 45년 뒤 폴 들라로슈가 그린 농부가 이끄는 노새를 타고 이동하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보고 비판적으로 응답한 그림이다.

서울 성수동 먹자골목에 새로 문 연 갤러리 ‘디스코스 온 아트(Discourse on Art)’의 전시장면이다. 우리 시대의 표현주의 미술을 모은 개관전 ‘표현의 궤적’에 대해 정영목 공동대표(서울대 명예교수)는 “표현주의(expressionism)는 빨리 가되, 완행열차와 달리 특별한 역에만 정차하는 KTX(express train)를 닮았다. 사실과 재현의 외연을 공들여 묘사하는 것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쪽으로 현대미술이 진화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는 15일까지.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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