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송미술관 첫 기획전 '화조미감'
2년간 복원한 정선 '화훼영모화첩' 공개
김홍도, 신사임당 등 명품 화조도 나와
"조선 화조화 시대별 미감 엿볼 기회"
여름 한낮 텃밭에 오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오이빛을 머금은 참개구리가 바라보는 건 꽃일까, 나비일까. 붉은 패랭이꽃 위로 청색 나비가 사뿐히 날아드는 오이밭의 풍경은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면서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선비의 아취를 드러낸다. 이 그림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화훼영모화첩' 중 하나인 '과전전계(瓜田田鷄·외밭의 참개구리)'.
정선의 말년 작품들이 담긴 화훼영모화첩이 2년간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대구 간송미술관의 첫 기획전 '화조미감'에서다.
진경산수화를 꽃피운 정선은 꽃, 초충, 영모를 그리는 데에도 탁월했다.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구도로 자연물을 묘사하며 '진경화조'라 불릴 만한 화풍을 일궜다. 이번에 복원된 화훼영모화는 그동안 표구 없이 8장 낱장으로 보관돼 왔다. 복원 과정을 거쳐 호랑이와 매미, 두꺼비와 개구리, 고양이와 쥐, 암탉과 수탉 등 짝을 이룬 8폭의 화첩으로 완성됐다.
2년간 복원한 정선 '화훼영모화첩' 공개
김홍도, 신사임당 등 명품 화조도 나와
"조선 화조화 시대별 미감 엿볼 기회"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첩 중 '과전전계'. 대구 간송미술관 제공 |
여름 한낮 텃밭에 오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오이빛을 머금은 참개구리가 바라보는 건 꽃일까, 나비일까. 붉은 패랭이꽃 위로 청색 나비가 사뿐히 날아드는 오이밭의 풍경은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하면서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선비의 아취를 드러낸다. 이 그림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화훼영모화첩' 중 하나인 '과전전계(瓜田田鷄·외밭의 참개구리)'.
2년간 복원한 정선 '화훼영모화첩' 첫 공개
뱅크오브아메리카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수리·복원된 후 최초 공개된 '화훼영모화첩'. 대구 간송미술관 제공 |
정선의 말년 작품들이 담긴 화훼영모화첩이 2년간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대구 간송미술관의 첫 기획전 '화조미감'에서다.
진경산수화를 꽃피운 정선은 꽃, 초충, 영모를 그리는 데에도 탁월했다.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구도로 자연물을 묘사하며 '진경화조'라 불릴 만한 화풍을 일궜다. 이번에 복원된 화훼영모화는 그동안 표구 없이 8장 낱장으로 보관돼 왔다. 복원 과정을 거쳐 호랑이와 매미, 두꺼비와 개구리, 고양이와 쥐, 암탉과 수탉 등 짝을 이룬 8폭의 화첩으로 완성됐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두루마리나 족자처럼 말아서 보관할 때 생기는 손상 유형이 없었던 점을 고려해 그림들이 원래 병풍이나 화첩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했다"며 "최종적으로는 각 그림에서 비슷한 형태로 벌레먹음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화첩이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추일한묘'를 복원하고 있는 모습.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화첩은 2019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예술 작품 보존 프로젝트'에 국내 작품으로는 처음 선정됐다. 2010년 시작된 BoA 프로젝트는 루브르박물관의 '사모트라케의 니케', 보스턴미술관의 '농부가 일하는 들녘' 등 세계 유수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작품들의 수리·복원을 후원하는 사업이다.
수리 복원을 마친 '화훼영모화첩' 중 '추일한묘'(가을날 한가로운 고양이)와 '서과투서'(수박과 도둑 쥐). 대구 간송미술관 제공 |
16~19세기 화조화 77점 공개
단원 김홍도의 '쌍치화명'. 대구 간송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에는 보물로 지정된 단원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의 '초충도' 병풍, 조선 중기 화가인 이징의 '산수화조도첩' 등 16~19세기 대표 화조화 37건(77점)이 나왔다. 문인 정신을 표현한 17세기 화조화부터 세심한 관찰과 서정미로 황금기를 맞은 18세기 화조화, 화려한 19세기 화조 병풍까지 다양한 작품을 비교하는 것도 전시의 묘미다.
전시를 기획한 이랑 책임학예사는 "17세기에는 깊은 산속에 화조가 등장하고 18세기엔 정원이, 19세기에는 화병이 나온다"며 "시대적 감성과 미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따라가다 보면 화조화가 새롭게 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함께 감상하면 좋을 두 작품을 나란히 전시한 점도 특징이다. 가령 한국적 화조화의 정수라 평가받는 단원 김홍도(1806~1818)의 병진년화첩은 꿩과 백로 등 유사한 소재가 등장하는 '산수일품첩'과 배치했다. 조선 중기 문인화가 조속(1595~1668)의 대표작인 '고매서작'은 그의 아들인 조지운(1637~미상)의 '매상숙조'와 나란히 걸어 부자의 개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예사는 "화조화는 시대나 가치를 초월해 보편적이고 친근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며 "한국적인 화풍을 형성한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 화조화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정감을 찾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대구=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