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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윤석열…LA에서 펼쳐진 ‘데칼코마니’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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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0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AP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0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AP 연합뉴스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 군을 투입하면서, 엘에이시, 캘리포니아주, 트럼프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트럼프 정부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그 와중에 6월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루프톱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군 투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해 ‘체포할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동이 ‘차후에 벌일 더 큰 사고에 대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전한다.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만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데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그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인 경로로 내놓을 수는 없지만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면서 여론을 조성하는, 1500여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루프톱 코리안’이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한인 상점가를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하고 건물 옥상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1992년 엘에이 폭동은 미국 정부와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발발했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의 충돌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낳았다. 6월9일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메시지는 미국 사회 소수자들끼리 싸움을 부추겨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하고 잔인한 짓이다.



이 장면은 윤석열 정부에서 경험했던 유사한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동조합에 대해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규정하고 ‘소외되어 있는 미조직 비정규 근로자를 보호하겠다’고 함으로써(2024년 3월20일 상공의 날 기념식),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갈랐던 일이 있었다. 202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시위를 벌였을 때, 윤석열 정부의 집권당 대표 이준석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불법 시위’(2022년 3월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발언)라고 비난했다. 비문명적인 장애인 시위대와 이들로부터 ‘불행과 불편을 겪고 있는 최대 다수 일반 시민’을 갈라 갈등을 부추긴 것이다. 어디서든 나쁜 정치인은 약자들 간의 갈등을 부추겨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트럼프가 뉴섬 주지사를 도발하는 장면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집권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경쟁자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주사파’라고 공격함으로써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했거나, 결국 폭력을 동원해 제거하려고 했던 시도들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는 이민자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몰고, 미국 민주당과 유력 경쟁자를 ‘위대한 미국에 반하는 이민자 편에 선 세력’으로 낙인찍은 다음, 정적 제거의 정당성을 얻으려고 한다. 미국 법률상 연방정부가 주 방위군을 동원하려면 주지사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트럼프는 일부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동의권을 무시했다. 그의 폭력적 대응을 도발하고 이를 명분 삼아 그를 제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뉴섬 주지사는 미국 민주당의 다음 대선 유력 주자다. 어디서든 나쁜 정치인은 정치적 경쟁 상대와 정정당당히 경쟁하지 않고 불법을 동원해 제거하려고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야당 정치인을 제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위대를 공격하고 캘리포니아주 행정을 무력화하고 야당 정치인을 위협하는 데 군을 동원하고 있다. 나쁜 정치인은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데만 쓸 수 있는 국가 공권력을 사익을 위해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쁜 정치는 언제 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고, 정치공동체가 함께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공동체는 지금 혹은 미래 어느 때든 파괴될 수 있다는 생생한 실례를 우리는 또 지켜보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재외 한국인과 더불어 모든 미국인이 국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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