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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희망과 얼룩 사이, 새겨진 '문신'

머니투데이 정심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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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문신(반영구화장·타투·두피문신 등)의 잔흔을 지우는 '레이저 기기', 피부 잔털을 깎는 '수술용 메스', 시술 전 바르는 '마취크림'… 의료인의 손에만 쥐어져야 할 이런 도구가 의료인도 아닌 '문신 시술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면 믿어질까.

이미 SNS는 이런 도구를 활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하는 일부 문신 시술자들의 광고판으로 변질한 지 오래다. 인스타그램에선 '잔흔 제거'란 키워드만 5만4000개가 넘고, '잔흔 제거 수강'(5000여 개), '잔흔 제거 레이저'(500여 개) 게시글도 줄을 잇는다. 피부과 병·의원이 아닌, 문신샵의 홍보 게시글이 대다수다. 심지어 레이저로 문신 잔흔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원데이 레이저 교육'의 수강료는 무려 8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미용 목적의 의료기기를 불법 개조한 것들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썹에 색소를 넣는 여느 반영구화장 시술을 넘어, 눈썹 부위에 인조눈썹을 심고, 피부 속에서 인조눈썹의 매듭까지 짓는 이른바 '눈썹 증모술(또는 브로우플란트)', 피부 모공과 주름을 축소하고 화상흉터까지 싹 지워준다는 '콜드플라즈마', 유두·유륜에 레이저를 쏴 색소 침착을 없앨 수 있다는 '레이저'가 병원이 아닌 문신샵을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다. 문신을 시술하면서 문신을 지우고, 문신과 관련 없는 피부 관리·치료 영역까지 비의료인이 침범한 것이다.

기자가 지난 1년여간 문신업계 내부를 온오프라인에서 잠입취재하며 확인한 이런 '은밀한 속사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상 불법으로 치부되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무죄 취지의 유권해석이 꽤 나와 있다. 최근엔 문신 시술로 단속당해도 실제 법적 처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법한 위험천만한 레이저 시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일삼는 뷰티아카데미, 레이저 기기와 불법 마취크림 유통업자에 대한 정부(보건복지부·보건소 등)의 대응과 단속이 아쉽다. 인스타그램에 이런 불법 의료행위 홍보물을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데도 "이런 불법 의료행위가 자행되는지조차 몰랐다"라거나, "신고해주셔야 단속에 나설 수 있다", "증거물을 제출해달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더 놀라운 건 '어차피 문신도 불법 의료행위인데, 행위를 추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는가'란 인식이 문신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만연하다는 것. 이런 안전 불감증에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 171명 중 부작용(피부염증, 비후선 반흔, 켈로이드 증상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6%(31명)에 달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돼왔지만,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타투 시술의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문신 시술자들은 이번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가 시동을 걸더라도 이런 치명적인 불법 의료행위부터 근절되는 게 먼저여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대응과 함께, 얼룩진 문신업계 종사자를 걸러낼 '필터'(자정 시스템)를 가동해야 할 때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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