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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6억원대 판권 계약…할리우드 홀리는 K문학

중앙일보 홍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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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천선란 『천 개의 파랑』, 편혜영 『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손원평 『아몬드』 일본어판 표지. [사진 허블·문학과지성사·민음사·창비]

왼쪽부터 순서대로 천선란 『천 개의 파랑』, 편혜영 『홀』,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손원평 『아몬드』 일본어판 표지. [사진 허블·문학과지성사·민음사·창비]


최근 한국 문학이 할리우드 영화의 원천 소스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의 영상화는 원작의 판매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출판계 호재다.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 만으로도 출판사 자체 홍보와는 비교되지 않는 스케일의 마케팅 효과를 일으키고, 유명 감독이나 제작사가 합류할 때마다 뉴스가 쏟아진다.

지난달 천선란 작가의 SF소설 『천 개의 파랑』이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6억 원대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예다.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듄’ 등 유명 시리즈 영화를 제작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정유정 작가의 스릴러 『종의 기원』은 글로벌 영화 제작사 RT 피처스에 3년 전 영화화 판권이 팔렸고, 편혜영 작가의 스릴러 소설 『홀』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제작진과 손잡고 영화로 만들어 이르면 내년 개봉할 예정이다.

장르 소설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순문학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김혜순, 지난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황석영 외에도, 정세랑·박상영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각국에서 번역·출판되며 해외 독자들을 만났다.

문학상이 작품성의 바로미터라면 대중성은 판매 부수로 나타난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10개 언어권에서 누적 판매량 30만 부를 넘겼고,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맞물려 다양한 문화권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2020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손원평의 『아몬드』는 일본에서만 2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번역 시장의 성장과 K컬처 전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영화·K팝이 선점한 한류의 물결 속에서 문학 역시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문화콘텐트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같은 단체들이 수십 년간 추진해온 번역 지원 사업과 국제 출판 네트워크 구축도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한국 문학을 ‘주류’로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문학상이 주는 일시적인 조명이나 한두 권의 베스트셀러만으로는 위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그 여파가 후속작이나 다른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옮겨가진 못했다는 점이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문학이 ‘작품상 수상 → 시장 확대 → 비평 담론 형성’으로 이어지는 세계 문학 진출의 단계 중 ‘시장 확대’ 단계에 진입해 있다고 분석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문학평론가)는 “뉴욕타임스 같은 주류 매체에 정기적으로 한국 문학 리뷰를 쓰는 한국문학 전문가가 생겨야 사이클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문화 선진국들이 해외 각국에 문화원을 세워 번역가를 키우고 자국 문학 연구자를 지원하는 것도 우호적인 비평가 풀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주류 학계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이른바 ‘한국 전문가’들이 더 많이 배출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문학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한국문학번역원이 대학원 학위 과정을 설립할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곽현주 번역원 번역교육본부장은 “2027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올해 교육부에 대학원 과정 인가 설립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대학원 인가가 나면 기존의 번역 실무 커리큘럼 뿐 아니라 문화 기획자 과정, 한국 문학 연구자 과정 등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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