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새 정부 경제정책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등 우려
성장 목표 뒷받침할 정책 필요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등 우려
성장 목표 뒷받침할 정책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전망총괄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을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그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한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뿐만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를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정책 목표로 설정된 3%라는 수치에 현실성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내외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 임기 말인 2030년경에는 1%대 초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생산연령인구는 급감하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정체되어 있으며,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릴 구조개혁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출산 장려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 15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단기 대책이 되긴 어렵다. 현재의 노동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인재가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센티브를 정비하고, 외국 인재 유입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과에 기반을 둔 보상체계를 확대하고, 고학력·고숙련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자본 투입을 확대하려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여야 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회수에는 시간이 걸린다. 현행 세액공제 방식은 기업이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영업이익 유무에 관계없이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직접 환급하는 ‘다이렉트 페이(Direct Pay)’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도 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가 필요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을 부채 탕감 등 금융지원만으로 연명시키는 방식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할 뿐이다. 구조조정은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계기업의 시장 퇴출을 유도하고, 혁신기업이 새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 간 일관성이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 유인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총요소생산성도 떨어트릴 수 있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 투자 결정이 단기 주주의 이해와 충돌할 경우, 경영진이 법적 책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고,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해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키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키울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도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고치지 않는 한 노동시장 유연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잠재성장률 3%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다. 성장 목표만 앞세우고 정책 수단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실현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한 공약이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과 정책 간 일관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