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
“프로 첫 승했을 때보다 더 기뻤던 것 같아요.”
참 오래 걸렸다. 우완 투수 나균안(롯데)이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선발승이 아닌, 구원승이다. 과정 또한 드라마틱했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서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마크했다. 8회 초 빅터 레이예스의 역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극적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부끄럽다”고 운을 뗀 나균안은 역전의 순간을 돌아보며 “마치 천원의 행복, 만원의 행복처럼 너무 와 닿더라”고 끄덕였다.
올 시즌에도 나균안은 선발 한 축을 맡았다. 앞선 12번의 등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잘 던진 날에도 유독 승리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이 기간 4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자리를 지켰다. 승리라는 것이 투수만의 역량으로 따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승 기간이 길어지면 초조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을 터. 오죽하면 김태형 롯데 감독이 “계속 승운이 따르지 않는데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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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마음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이날 나균안은 동료들을 향해 가장 먼저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사실은 그간 동료들이 나균안에게 했던 말이다. 나균안은 “항상 동료들이 다가와서 ‘미안하다’ 하더라. 타격코치님께서도 ‘미안하다, 다음엔 꼭 돕겠다’고 하셨다”면서 “동료들은 승리를 만들어주려고 뒤에서 열심히 수비하는데, 내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죄송했다. 스스로 위축되더라. 더 잘 던졌다면 그런 얘기도 안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 승수는 더뎠지만, 다행히 팀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나균안이 선발투수로 나서는 경기서 웃는 날이 더 많았다. 잠시 자리를 옮겼지만 앞으로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나균안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선발로 나갈 때 매일매일 좀 쫓겼던 것 같다. 무조건 이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마운드 올라가서도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면서 “한 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만약 선발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제는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고 싶다. 선발승도 하고 싶지만 팀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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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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