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집권 이후 '타코(TACO)'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럼프는 항상 겁쟁이처럼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의미로, 강경한 입장을 밝히거나 위협적인 발언을 하지만 결국 실행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풍자다. 고율의 관세로 전 세계를 위협한 후 여러 차례 말을 바꿔가며 관세 부과를 유예하거나 세율을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 증시에는 '타코 트레이드'도 등장했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 발표 이후 하락했던 주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후퇴 이후 회복되는 패턴에 착안한 투자전략이다. 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을 선언한 직후 이틀 만에 10% 폭락했지만, 관세 유예 발표 후인 4월 9일 9% 반등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해임을 시사했다가 번복했을 때, 중국에 145% 관세 부과를 공언했다가 세율을 30%로 낮췄을 때도 주가는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학습 효과가 생긴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정책 발표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타코 트레이드는 높은 수익으로 이어졌다. 4월 초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5월 급반등에 성공했고,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입은 손실을 만회했다.
하지만 타코 트레이드의 한계는 명확하다.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트럼프 정책은 언제든 강행될 수 있다. 세율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상호관세 10%나 중국에 대한 관세율 30%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재정적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르는 현상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리를 자르겠다고 위협하던 사람이 발가락만 자르겠다고 하자 기뻐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관세 유예 시한인 7월 9일이 다가오면서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재명 랠리'도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는 '트럼프 랠리'와 마찬가지다.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국내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는 8% 가까이 상승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4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이 흐름을 이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할 이유는 많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 국가 신뢰도도 높아진다. 1500만명에 달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재산이 늘면 최악의 내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수익률 상승은 국민 노후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11일에도 증시는 상승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기대감에 들뜬 시장은 조만간 실체를 요구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소극적 주주환원과 중복 상장 등 고질적 문제점을 고칠 실천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풀고, 투자와 고용 창출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새 정부가 할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각종 경제 공약 중 증시 발전을 저해하거나 과도한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는 공약들은 과감히 걸러낼 필요도 있다. 새 정부가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임을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어야 '코스피 5000' 시대를 꿈꿔볼 수 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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