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4일 오전 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
고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력 의혹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됐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 판단을 받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이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장 전 의원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장 전 의원이 준강간치상 혐의로 피소한 사건을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불송치 결정은 경찰수사규칙에 따른 것이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하도록 한다. 이 경우 수사결과 통지서 별지에 '피의사실 요지와 불송치 이유'를 작성하게 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자율에 맡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전날 경찰로부터 5장에 달하는 분량의 불송치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경찰이 이 통지서에 제출된 증거에 대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기재하면서도 장 전 의원이 받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선 실체적 판단을 내려주지 않았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이어서 이의신청으로 검찰 판단을 받아보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을 해야 하니까 이의신청을 해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피해 회복을 위해 사건 당시 장 전 의원이 부총장으로 있던 부산디지털대학교 측에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장 전 의원은 해당 대학교 부총장 시절인 2015년 11월 비서였던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
불송치 통지서… "DNA 채취 의사 확인했으나 피의자 거부"
━
김 변호사가 전날 SNS(소셜미디어)에 일부 공개한 불송치 이유서를 보면 경찰이 피해자를 통해 확보한 증거의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피해자가 호텔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의 촬영 시점이 사건 당일과 일치하고 약 10년간 영상 내용이 변조되지 않았다는 점을 경찰 과학수사대가 영상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영상에서 장 전 의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침대에 나체로 누워있는 모습과 호텔 객실에 있던 휴대전화에 장 전 의원 선거 포스터 사진이 저장된 모습, 피해자에게 말하는 남성의 육성을 확인했다고 이유서에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 여러 곳에서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DNA 대조를 위해 장 전 의원에게 구강상피세포 채취 의사를 확인했으나 그가 채취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구강상피세포 채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던 중 장 전 의원이 지난 3월31일 사망하면서 DNA를 대조하지 못했다.
━
10년 만에 용기 낸 피해자 "제출한 증거, 종잇조각 됐다"
━
피해자도 전날 한국성폭력상담소 SNS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더럽고 충격적이었던 그 상황을 휴대전화에 담아 보관해 왔던 이유는 나를 보호할 수 있을 때 명확히 보호받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라며 "가해자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나왔고 제출한 증거는 종잇조각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고 그 과정을 통해 저도 회복되고 싶었다"며 "죽음을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피해자들도 가해자 죽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