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58% “돈 없어서 애 못 낳아요”... UN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전 세계 출산 가능 연령대의 이들이 자녀를 갖기를 원해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유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한국 응답자의 절반 이상(58%)이 재정적 문제로 출산을 포기했거나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10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25년 세계 인구 현황’을 발표하고 한국, 미국 등 14개국 응답자 상당수가 경제적 장벽 등으로 인해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UNFPA가 유고브(YouGov)와 함께 전 세계 14개국의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는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 독일, 이탈리아부터 출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이 포함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자녀를 2명 이상 갖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18％는 원하는 규모의 가족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답했으며, 11％는 원하는 것보다 적은 수의 자녀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고 응답했다.

출산 장벽의 원인으로는 경제적 요인이 주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39%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원하는 것보다 적은 자녀를 낳았거나 낳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실직 및 고용 불안정(21%), 주거 문제(19%), 충분한 자녀 양육 선택지 부족(12%)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8％가 재정적 어려움을 꼽아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 문제(31%), 충분한 자녀 양육 선택지의 부족(28%), 실직 및 고용 불안정(26%) 순으로 나타났다. 나탈리아 카넴 UNFPA 사무총장은 “문제는 의지가 아닌 선택지의 부족이며 이는 개인과 사회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진정한 출산 위기의 해답은 사람들이 늘 필요로 하는 유급 육아휴직, 저렴한 불임 치료, 지지적인 파트너 확보에 있다”고 했다.

이처럼 보고서는 일각에서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출산 의욕 저하’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녀를 원하며 경제적 문제, 고용 불안정, 높은 주택 비용 등 환경적 요인이 주요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UNFPA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강제 정책이나 재정적 인센티브가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에서 제안된 신생아 출산 시 5000달러 지급과 같은 ‘아기 보너스’ 정책도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카넴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가 인구 고령화와 감소, 노동력 부족, 의료 및 연금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실질적인 문제지만, 일부 국가들은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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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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