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해커와 도박사이트 만들어 판 국내 총책... 2009년부터 거래

중국 현지에서 북한 해커들과 만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제작, 국내에 이를 유통시킨 총책 김모씨가 2009년부터 북한 해커와 접촉하면서 게임 사이트 해킹 프로그램을 받아 국내에 판매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씨가 16년 전 북한 해커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을 바탕으로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법무부가 이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김씨의 공소장을 보면, 김씨는 2009년 1월 중국 위해시 등지에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들이 국내 유명 온라인 RPG 게임을 해킹해 만든 오토프로그램을 전달받은 뒤 국내 이용자에게 700만원씩 받고 판매했다. 오토프로그램이란 컴퓨터 스스로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여 아이템 등을 획득하게 하는 자동게임실행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이때 김씨는 북한 해커와 직접 접촉하면서 이 해커 팀이 중국 등 해외에 나와 활동 중인 점,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아 외화벌이에 투입되고 있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김씨는 오토프로그램 국내 판매 사건으로 2012년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6년에 다시 북한 해커들을 이용해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중국 연길시에서 313총국 소속 북한 해커 A를 만나 휴대전화 버전의 도박성 게임 4종을 개발해달라고 의뢰하고, 도박 사이트를 디자인해 우리나라에 공급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A는 2019년 8월 북한으로 돌아갔으나, 이때 소개받은 후임자들과 김씨는 종합 도박 사이트를 개발, 공급한 뒤 유지‧보수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뉴스1

국가정보원은 2023년 1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들어갔고, 그해 11월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김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에 맞춰 주거지를 압수 수색했다. 지난 4월 30일 김씨는 구속됐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찬규)는 지난달 26일 김씨를 국가보안법 위반과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와 북한 해커들이 대포 계좌로 보낸 범죄 수익이 약 235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30%인 70억원 상당은 북한 해커에게 전달됐고,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에 상납됐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김씨는 도박 사이트 유지 보수비, 게임 머니 수수료 등으로 전체 수익 가운데 12억8000여 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진우 의원은 “북한 해커와 접촉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만들고, 그 수익은 북한으로 흘러간 사건”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대북송금까지 한 이적행위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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