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폐쇄되기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원전 1호기.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는 가동정지 중인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2028년에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1979년 3월 원전 사고로 2호기는 영구 손상을 입었으며, 1호기는 사고 원전이 아니었지만 2019년 9월 폐쇄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해부터인가 인공지능(AI)은 국내 언론매체에서 종종 ‘전기 먹는 하마’로 묘사되곤 한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가동하는 데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여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로 찬사를 받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초기 기대와 달리 그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디지털 기업의 친환경화’)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기업들이 2023년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한 전력량은 581테라와트시(TWh)에 이르러, 한국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거대 기술기업 4곳이 전력을 소모하며 간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2020년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거대 기술기업들이 지난해부터 탄소 없는 대체 에너지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전 사고 여파로 가동정지 중인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2028년에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구글과 아마존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 모듈 원자로(SMR)의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기업 메타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운영 중단 위기에 놓인 원전의 20년 연장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거대 기업들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도 추진한다.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달 18일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도 인공지능과 원전이 잠시 논쟁의 대상이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을 짓지 않고 어떻게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이 되나”라며 원전 부흥 정책을 강조했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다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에스엠알(SMR) 연구개발도 계속해야 한다”는 정책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지만,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보기에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다. 원전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10년 가까이 긴 시간이 필요하며, 사용후 핵연료 같은 폐기물 처리는 풀기 힘든 난제다. 소형 모듈 원자로는 아직 상업운전 일정이 불투명하며, 일부 설계 방식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연료로 사용해 안전성과 핵확산 방지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문화인류학자는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언다크’에 기고한 글에서 “환경 비용이 큰 21세기 기술을 구동하기 위해 위험하고 쇠퇴하는 20세기 기술을 되살리는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메타의 원전 지원 계획이 발표되던 즈음에 전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식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0년 이후 추가된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저장 설비 용량이 최근 이 지역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충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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