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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제원 사건 ‘공소권 없음’ 종결에…피해자 “증거가 종잇조각 돼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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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의원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고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해 온 경찰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자, 사건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들이 종잇조각이 되어버렸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장제원 전 의원을 준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했던 피해자 ㄱ씨는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사회가 너무 야속하다”며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은 장 전 의원 사건을 피의자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지난 3월31일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입장문에서 “가해자는, 10년 뒤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지 못한 채 디엔에이(DNA) 채취 거부와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끊어냈다. 너무 화가 난다”며 “그의 잘못으로 10년을 고통 속에 살았는데 단 한 번의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죽음으로 증거를 인멸해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을 향해서도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났다”며 “제가 제출한 증거들은 종잇조각이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ㄱ씨 쪽이 이날 받은 불송치 결정 통지서에는 그간 피해자와 여성단체들이 요구했던 성범죄 혐의에 대한 경찰의 판단은 첨부돼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통지서엔 피해자 쪽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사실관계만 담겨 있었다고 한다. ㄱ씨 쪽 설명을 들어보면, 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에 대해선 ‘당일 촬영한 것이 맞다’고 기재했다. 다만 사건 직후 ㄱ씨가 서울해바라기센터에서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감정한 남성 디엔에이와 관련해선 ‘피의자 조사를 하며 구강세포 채취를 요청했지만, 그 이후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디엔에이를 통해 장 전 의원의 동일인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ㄱ씨는 “가해자가 선고받고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 싶었고, 저도 그 과정을 통해 회복되고 싶었다. 10년 만에 이제야 살아보겠다고 용기 냈는데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며 “앞으로 피해자들도 가해자의 죽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성단체들은 장 전 의원 사망으로 성폭행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상황이 되자 “사망으로 성폭력의 실체가 묻히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경찰에 현재까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혐의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피의자가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날 ㄱ씨 입장을 전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은 가해자의 범죄 혐의 부인과 배치되는 영상, 문자 등 여러 객관적 증거를 나열하면서도, 피의자의 사망을 핑계로 진실에 대한 판단을 멈추었다”며 “피의자 사망으로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무로 돌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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