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나온 배종헌 작가의 콘크리트 회화 근작 중 일부분. 노형석 기자 |
“이번엔 물감 대신 콘크리트 시멘트를 발라 그림을 만들어봤습니다.”
소장 화가 배종헌(56)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콘크리트 회화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모래와 안료를 약간 섞은 콘크리트 시멘트를 힘차게 펴발라 기암준봉 산수화를 추상화한 듯한 이미지를 낸 회색빛 그림이 전시장 안쪽에 걸려 있다. 이 그림 너머 창밖으로 멀리는 북한산의 겹쳐진 봉우리들이, 가깝게는 청계천 물길이 보였다. 지난달부터 그의 개인전 ‘무도’(無道: 길 없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청계천로 갤러리 더소소의 전시장은 아련한 실제 서울 산수의 풍경과 내부의 콘크리트 그림이 주는 기묘한 아름다움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와닿았다.
“내가 보고 그림으로 풀어내는 세상이 모두 콘크리트 문명 속에서 나온 이미지들이잖아요. 그래서 2년 전 서울 창동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작업할 때부터 시멘트를 직접 써서 그려보면 어떨까 막연한 생각을 했고, 용기를 내어 작업을 했습니다.”
배종헌 작가. 2023년 2월 대안공간 루프 전시 당시 모습이다. 노형석 기자 |
지난 10여년간 도시 골목 콘크리트 벽, 시멘트 자국 따위에서 자연 형상을 찾고 회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온 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스스로 기존 회화의 정도가 아닌, 없는 길을 설정했다. 자신의 작업 성향에 맞는 건축 재료 시멘트를 전면적으로 그림에 녹이는 작업을 감행한 것은 질감이나 그림 속 내부의 도상을 구성하는 데 새로운 도전의식과 영감을 주었다고 털어놓았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라는 인공 물질 위에 나타난 낯설고 이질적인 자연 풍경과, 수년 전 답사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카메라와 관객 시선이 닿지 않는 비너스상의 뒷모습 등을 조명한 그림들이 관객들의 눈을 잡아끈다. 파격적이지만, 이미지가 넘쳐나는 지금 디지털 세계에서 쓸모없다고 치부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드러나는 작업들이다. 13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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