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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지부, ‘장애인 격리·강박’ 부천 W진병원 인증 취소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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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더블유(W)진병원. 건물 외벽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더블유(W)진병원. 건물 외벽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해 5월 폐쇄병동에서 입원환자가 격리·강박을 당한 끝에 사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인증 취소’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인증 기준에 근거해 부실 조사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부천 더블유진병원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인증원)의 수시조사 결과 ‘병동 내 위해도구를 안전하게 관리한다’, ‘병원 내 학대·폭행 피해자를 위한 보고 및 지원체계가 있다’는 내용의 2가지 필수조사 항목과 관련해 ‘무’(없음) 또는 ‘하’(낮음)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으로 계속 남게 됐다. 수시조사란 인증받은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과 관련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필요할 때 확인하는 조처다.



다만 인증원은 병원 쪽에 “조사항목 중 총 7개의 ‘중’ 또는 ‘하’ 항목(아래 표 참조)에 대한 개선을 요청”했다. 이번 수시조사는 지난 3월 이 병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중심으로 지난달 진행됐다. 부천 더블유진병원은 4년 전 ‘보건복지부 인증’을 얻었으며, 유효기간은 올해 12월27일까지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부천 W진병원에 대한 인증조사 결과 필수 항목에서 ‘무’ 또는 ‘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증취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항목은 의료평가인증원이 부천 더블유진병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별도로 구성한 것이다. 김예지 의원실 제공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부천 W진병원에 대한 인증조사 결과 필수 항목에서 ‘무’ 또는 ‘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증취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항목은 의료평가인증원이 부천 더블유진병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별도로 구성한 것이다. 김예지 의원실 제공


피해자 박아무개(당시 33살)씨는 지난해 5월10일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격리·강박을 당하다 17일 만에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부천 더블유진병원이 피해자에 대한 진료나 세밀한 파악 등 조치 없이 환자를 강박했고, 당직 의사는 피해자가 응급 후송될 때까지 회진도 돌지 않았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피해자 박씨의 어머니 임아무개(61)씨는 지난 4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신병원 격리·강박 관련 토론회에 나와 “복지부에서 인증한 병원이라 믿고 (딸을) 입원시켰는데 죽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이 병원 건물 외벽엔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는 펼침막이 크게 붙어있었다. 병원 누리집에도 관련 문구가 강조돼 있었다.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보장과 적정 수준의 질을 달성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병원들은 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5월27일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서 33살 여성 환자인 박아무개씨가 손과 발, 가슴까지 5포인트 강박된 채 누워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지난해 5월27일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서 33살 여성 환자인 박아무개씨가 손과 발, 가슴까지 5포인트 강박된 채 누워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의료기관 인증기준 및 취소 등을 규정한 의료법 제58조 3항·10항을 보면, ‘환자의 권리와 안전’ 등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의료기관 인증 또는 조건부 인증을 취소하거나 인증마크의 사용정지 또는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인증원의 정신병원 인증등급 판정 기준을 보면, 필수항목에서 ‘무’ 또는 ‘하’가 없어야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에 기준으로 삼은 ‘병동 내 위해도구를 안전하게 관리한다’, ‘병원 내 학대·폭행 피해자를 위한 보고 및 지원체계가 있다’는 내용의 필수조사 항목이 ‘환자의 권리와 안전’에 얼마나 직결되느냐다. 이 수시조사 항목은 인증원이 부천 더블유진병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별도로 구성한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10일 한겨레에 “부천 더블유진병원 사건은 단순 사건·사고가 아닌,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한 끔찍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수시조사를 통한 인증취소 요건이 지나치게 허술하여 조사결과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사망사고로 인해 진행되는 인증 취소 조사의 경우,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나 그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조사에 참여해야 하고, 인증 조사 항목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실효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증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한 것이고, 인증 항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로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인증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4월14일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천 더블유진병원을 압수수색한 경기 남부경찰청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감정을 의뢰한 뒤 현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이 병원 사망사건을 수사해온 부천원미경찰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감정 결과가 오지 않고 있다며 지난 1월 ‘수사 중지’ 처분을 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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