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충현 사망사고 1차 조사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일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위험 작업에도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등 부실 안전관리 정황이 드러났다. 원·하청 업체의 묵인 아래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작업 환경이 상습적으로 계속돼온 것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은 2018년 숨진 김용균씨가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바로 그곳이다.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던 그는 당시 새벽까지 혼자 일하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비상 제동장치를 작동시켜줄 동료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이번에 숨진 김충현씨 역시 서부발전→한전케이피에스→한국파워오엔엠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고용 구조의 재하청 노동자였다. 각종 부품을 가공해 만드는 선반사였던 그도 사고 당시 혼자였다. 누군가 기계를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페달만 밟아줬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태안화력에서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위험 요인에 노출돼 있었다는 점이다. 9일 김충현씨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하청업체 두곳의 ‘작업 전 안전회의’ 일지를 보면, 3~4m 높이에서 일하다가 추락 위험이 있거나 중량물이 떨어져 맞을 수 있는 위험 작업들에서도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한전케이피에스는 김충현씨 사망 뒤 그가 유일한 선반기술자라서 1인 작업을 해왔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작업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원청업체 공사 감독자 서명도 일지에 적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하청 모두 안전관리에 소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2인1조로 일하는 경우에도 작업자 중 1명을 관리감독자로 지정해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허다하다고 하청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김용균씨 죽음을 계기로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1년 미만 ‘쪼개기 계약’이 만연한 다단계 하청 구조에선 관리 책임이 불분명해지고 안전점검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일터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 이번 사고 직후, 원청인 한전케이피에스는 고인이 임의로 작업을 한 것처럼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런 지경이라는 게 납득 가지 않는다. 더 이상 일터의 비극이 없으려면,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합당한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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