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키르기스스탄 오쉬시에 중앙 광장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 사진 AP 연합뉴스 |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2대 도시 오슈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이 철거됐다. 키르기스스탄 공산당은 이에 반발하며 검찰 조사를 요구했다.
9일 에이피(AP)통신 등은 오슈의 중앙광장에 있던 레닌 동상이 지난 7일 별다른 행사 없이 기중기 등을 동원한 시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키르기스스탄이 옛 소련 공화국이던 1975년에 세워진 이 동상은 높이 23m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땅바닥에 눕혀있는 레닌 동상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오슈시 당국은 이번 동상 철거와 관련한 성명에서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서 동상을 오슈 시내에 있는 미림 공원으로 옮기고, 빈 자리엔 깃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동상 철거 결정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르기스스탄 공산당은 성명을 내 레닌 동상 철거에 “강력히 항의”하며 “국가의 역사에 대한 경멸적인 태도”라며 법적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검찰에 조사를 요구했다고 같은 날 현지 언론 ‘24kg’는 보도했다. 공산당은 성명에서 “법치를 말하는 관료들이 국가의 보호 대상인 건축 기념물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철거돼 누워있는 레닌 동상. 출처 24.kg |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옛 소련 구성국들은 소련 시절 세워진 동상을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국가들이 자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어 발음의 도시 이름을 개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동상 철거는 키르기스스탄의 동맹 러시아가 모스크바의 한 지하철역에 옛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영웅적으로 묘사한 조각상을 제막한 지 1주일 만에 이뤄져 시선을 끌었다.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옛 소련 구성국들에서는 국가 정체성 확립 시도에도 소련 기념물과 동상이 여전히 곳곳에 있다고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은 19세기 당시 러시아 제국에 합병된 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옛 소련 내 공화국이 됐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후에도 키르기스스탄에 군기지를 둔 채 중국 및 서방과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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