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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빚에 임금체불, 아내는 알고 있었다…40대 가장 ‘처자식 살해’ 전말

헤럴드경제 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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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처자식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해 일가족을 살해한 40대 가장이 2억원 대에 달하는 카드 빚과 임금체불로 인한 노동청 조사로 압박을 받은 끝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숨진 아내는 생전 가장의 범행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9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지모(49) 씨는 지난 2월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관련 조사를 받았다. 그는 여러 인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였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인부들에게 30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주지 못하게 되자 노동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씨는 노동청 조사로 인해 구속 여부를 두고 염려하면서, 이와 동시에 카드 빚 등 2억여원의 빚이 연체되자 일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조울증을 앓던 아내 김모(49)씨와 논의했고, 아내가 범행에 동의했다고 그는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로 지씨가 일가족이 탄 차량을 몰고 해상으로 돌진하기 전 아내 김씨와의 대화가 담긴 블랙박스 상에 두 사람이 함께 수면제를 먹은 정황이 포착됐다.

지씨 부부는 범행 나흘 전 자택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룰 넣을 음료를 구매했으며, 수면제는 김씨가 복용하던 기존 약과 새로 처방받은 약에서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출발한 지씨 가족은 무안 펜션에서 하루 숙박한 뒤 진도를 거쳤다가 31일 오후 10시 30분께 목포 한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지씨 부부는 이때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으로 이동하고, 1일 오전 1시 12분 차량에 탄 채 바다로 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씨는 “막상 바다로 추락하고 물이 들어차니 무서워서” 홀로 차량에서 탈출해 뭍으로 올라왔고, 40여분 뒤인 오전 1시 53분쯤 서망항 쪽 도로로 올라와 공용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지씨는 인근 야산에서 노숙한 뒤 2일 오후 3시 38분 근처 가게 주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 형이 지인에게 대신 차편을 부탁해 광주로 도주했다가 범행 44시간 만에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지씨를 자녀 살인과 아내에 대한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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