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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시진핑 "축구강국" 외쳤는데…중국 또 월드컵 탈락, 이유는?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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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 진출 6회 연속 실패...
축구 정치화·비리 등 문제 꼽혀,
"풀뿌리 대회 확산돼" 긍정론도

[리야드=신화/뉴시스] 중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3월1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7차전 사우디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리야드=신화/뉴시스] 중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3월1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7차전 사우디와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중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구강국 건설' 프로젝트가 새삼 조명된다. 10년 새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오히려 내려갔다. 중국 내 축구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지만 공허하다.

9일 중국 주요 언론들은 짤막하게 중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실패 소식을 전했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최종예선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남은 경기와 관계 없이 본선행이 좌절됐다. 9경기서 20실점을 했는데, 이는 조별 최다 실점이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6대회 연속 예선 탈락했다. 이번 탈락은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 주석이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 축구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 중국 축구계를 낯뜨겁게 하고 있다. 이 기간 중국 FIFA 랭킹은 81위(2016년)에서 현재 94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자국 리그의 인기 면에선 여느 축구 강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은 참담한 수준이다. 전세계 언론의 조롱도 쏟아진다. 스페인 매체 AS(아스)는 '중국,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나라'(China: algo extrano pasa)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23명의 월드컵 선수를 뽑는 데 실패해 또 본선에 나가지 못한다"고 비꽜다.

중국은 왜 축구를 못할까. 잘 알려진 대로 축구행정의 비효율과 부패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CFA(중국축구협회) 고위 인사들과 리그 핵심 인물들이 승부조작과 뇌물 등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23~2024년에만 축구협회 부주석과 리그 관계자 다수가 구속됐고 투자자와 팬, 유망주가 모두 축구계에서 등을 돌렸다.

시험지상주의 교육환경 탓에 축구 저변이 좁은 점, 외국에서 돈으로 사 온 일부 슈퍼스타에 의존하는 프로리그(슈퍼리그) 운영의 문제 등도 오래 지적받아 온 포인트들이다. 여기에 시 주석이 축구 육성을 국가적 전략으로 삼으면서 축구가 정치적 과업이 됐다는 점도 문제다. 감독이나 선수의 실력보다는 정치적 충성이나 인맥이 우선시되며 대표팀 운영이 관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결과가 잦은 감독 교체다. 2016년 이후 6년간 무려 5명의 감독이 거쳐갔거나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비교적 장수한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2016년 10월~2019년 1월까지 감독을 맡았는데,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부진하자 사임했다. 2019년 5월부터 다시 임명됐다가 곧바로 예선 성적 저조로 두 번째 사임을 해야 했다.

뒤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중국인 리티에 감독은 2021년 12월 승부조작과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며 사임했다. 뒤를 이은 중국인 리샤오펑 감독은 2023년 2월 베트남전 1대 3 패배의 책임을 떠안고 교체됐고, 알렉산더 얀코비치 감독이 2024년 2월까지 팀을 맡았는데 아시안컵 졸전 등의 이유로 계약 만료 후 자동 교체됐다. 그 다음 감독이 현 이반코비치 감독이다. 이번 예선 탈락으로 역시 바람 앞의 촛불이 됐다.

[리야드=신화/뉴시스]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2025.03.20.

[리야드=신화/뉴시스]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2025.03.20.



남자 대표팀의 난맥상은 현재 세계 랭킹 17위인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5년 CWSL(여자축구슈퍼리그)가 출범한 이후 걸출한 여성선수들이 자라나고 있다. 남자 대표팀과 달리 정치적 간섭과 부패의 개입이 적어 팀 운영의 연속성과 효율성이 유지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중국 언론들은 월드컵 본선 좌절 소식을 전하며 시 주석의 축구 육성 전략에 따라 중국 축구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함께 내놓고 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0년간 전국에 수만개의 축구장이 새로 조성됐고, 각급 학교에 축구 과목이 도입됐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 풀뿌리 축구대회가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이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는게 '장쑤성 시티 풋볼 리그'다. 장쑤성 체육국과 관할 13개 시정부가 공동 주최하는데 13개 팀 500여명 선수들이 대부분 학생이나 배달원 신분의 아마추어다. 그러나 '승부조작도, 편파판정도 없다'는 슬로건 아래 리그가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지난 8일 난징에서 열린 경기엔 빗속에도 1만5000명의 관중이 운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느 프로 경기 못잖은 열기다.

축구가 중국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매년 4~12월 진행되는 석류씨컵(Pomegranate Seed Cup) 축구대회를 집중 보도했는데, 성인팀 16개, 유소년팀 100개가 출전한다. 신화통신은 신장 스포츠국 샹홍보 서기 인터뷰를 통해 "신장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라 아니라 모든 민족을 하나로 묶는 끈"이라고 전했다.


이런 축구의 문화적 기여가 시 주석의 육성정책 덕분이라는건데,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실패 후 내놓는 자평은 공허할 뿐이다. SCMP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늘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여자 대표팀에 가려지고 있다"며 "오히려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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