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시간의 함수다.
특히 임기가 있는 정치 권력은 그렇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청와대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한번은 출입기자로, 한번은 데스크로서였다.
특히 임기가 있는 정치 권력은 그렇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청와대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한번은 출입기자로, 한번은 데스크로서였다.
두 정권은 공통점이 있다.
정권 초 열광적인 국민 지지를 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51.55%의 득표율로 지금까지도 대선에서 과반을 넘은 유일한 사례다. 국민 절반 이상이 지지하는 압도적인 정권이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직후 지지율이 84%를 찍었다. 탄핵으로 경쟁자인 상대 당의 전 정권이 무너진 반작용을 흡수했다. 그야말로 독주였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초반에 힘을 받는다. 그러나 이 두 정권은 특히나 그랬다. 정권 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터질 듯한 청와대의 에너지는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고 한다.
정말 코피 터지게 일한다. 한 비서관과 오찬을 하는데 20분간 코피가 멈추지 않아 다들 못 먹고 기다렸던 적이 있다. 결국 모두 식은 매운탕을 먹었다. 평일은 물론이고 토, 일요일도 아침 6시까지 출근하던 때다. 이렇게 일하는 에너지로 나라를 바꿔나간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이런 뜨거움은 ‘양날의 칼’이다. 약보다 독으로 작용한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초부터 ‘친박’ 측근끼리 ‘사람의 장막’을 쌓았고 절대권력처럼 옹립했다. 그러니 국민 절반이 반대했던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살생부’를 작성해 여당 정치인들과도 등을 돌렸다. 국민들의 비판을 전해줘도 듣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과 측근들의 자해로 탄핵의 씨앗이 움튼 셈이다.
문재인정부도 비슷했다.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은 모든 언론과 전문가, 심지어 우호 세력인 시민단체들까지 말리던 내용이 많았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무려 25차례의 실패에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눈과 귀를 닫았다.
정권 초 한 여당 정치인과 대화 중이었다. 인품도 좋고 균형감 있는 사람이었다. 헌법에서 ‘자유’란 문구를 빼는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김 부장은 국민 80%가 넘게 지지하는 걸 이해 못하는구먼’ 하더니 대화를 딱 끊는 것이었다. 나중에 정권이 끝난 후 그 얘기를 하자 ‘내가 정말 그랬어?’라며 놀라는 모습에 나도 놀랐다.
권력의 속성인 것 같다. 뭐든 맘대로 할 수 있는데 왜 토론해야 하나.
그러나 그건 시간의 함정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객관적인 평가는 전혀 다른 얘기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 말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우둔하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차단되고 달콤한 아부만 5년을 받았을 테니. 측근으로 둘러싸인 ‘인간 장벽’이란 감옥처럼 무서운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옆에 팩트를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것이다.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말이다. 공식 직책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눈치 안 보고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그리고 지명도 있는 언론 한두 개를 꾸준히 접하는 것이다. 예전 정부 당시 신문을 찾아보라. 이미 그때 사실을 지적하고 대안을 내놨다.
유튜브는 시원하게 내 편을 들거나 얄밉게 저편만 들지만 제도권 언론은 균형을 지킨다. 그게 다르다.
‘청년 때에 끝 날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정권 초에 5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 그게 성공의 전략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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