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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소기업이 일냈다…상온에서 100% 썩는 플라스틱 국내 최초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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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 인증 첫 사례
섭씨 25도 토양에서 2년 만에 93% 분해
"물성·가격 문제 해결한 국제적 선도 기술"


비에이디피코리아가 지난해 10월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친환경 플라스틱 박람회 '2024 그린에너텍' 부스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비에이디피코리아 제공

비에이디피코리아가 지난해 10월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친환경 플라스틱 박람회 '2024 그린에너텍' 부스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비에이디피코리아 제공


국내 중소기업이 상온에서 완전히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첫 국가 인증을 획득했다. 상온에서 완전히 썩어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성공 사례가 드물다.

6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주)비에이디피코리아는 섭씨 25도 토양에서 플라스틱의 생분해 성과를 검사하는 '상온 일반 토양 생분해 시험'(EL724·ISO17556)을 국내 최초로 통과해 최근 환경표지인증을 받았다.

비에이디피코리아는 미생물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추출해 미세한 캡슐에 넣고, 이를 플라스틱 수지와 첨가한 뒤 제품을 만들었다. 2023년 5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해 제품 검증 시험을 시작했고, 2년 만인 지난달 기준 92.89%가 분해됐다. 이 속도면 오는 7월 100% 생분해가 예측된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그동안 EL724 인증서가 (현실에서는 어려운) 58도 고온 조건에서 분해되는 것을 인증했다면 이 제품은 현실 조건에서의 분해를 시험한 국내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전분을 섞어 생분해 효과를 내는 폴리락트산(PLA)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온이 아닌 특정한 온도∙습도에서만 분해된다. 또한 일반 페트(PET)병과 혼합 시 재활용률을 떨어뜨려 대만, 미국 등에서는 사용 제한을 결정하거나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국내 SK리비오나 CJ바이오머티리얼즈 등도 PLA에서 탈피해 다른 성격의 친환경 고분자물질 생산에 나서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58도 고온 산업퇴비화 조건(ISO14855-1)이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생분해 인증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다. 이에 환경부는 해당 인증을 지난해 12월 종료하려다 업계 반발로 2028년 12월까지 유예해 논란을 빚었다.

비에이디피코리아의 원료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과 폐기 시 분해 상태(유리병). 비에이디피코리아 제공

비에이디피코리아의 원료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과 폐기 시 분해 상태(유리병). 비에이디피코리아 제공


학계와 업계에서는 상온 생분해 1호 인증이 나오자 반색하고 있다. 특히 미생물 유도체 기술에 기반한 비에이디피코리아 제품은 물성(제품 용도에 맞는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고, 생산원가가 일반 플라스틱의 1.5배 안팎에 불과해 놀라워한다. 미생물 유도체 기술은 생산단계에서 플라스틱에 미생물을 첨가해 일정 기간 후 썩게 하는 것이다. 비에이디피코리아는 미생물을 캡슐로 싸 플라스틱 사출 시 수백 도의 고온에서도 죽지 않게 했다.


강동구 인천대 친환경바이오플라스틱센터 센터장(화학과 교수)은 "상온에서 완전히 썩는 플라스틱 개발은 대단한 선도 기술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이 회사의 기술은 제품별 필요에 따라 물성과 분해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GS25 등에 친환경제품을 납품하는 원영길 선진이노텍 대표도 "상온 생분해 제품이 국제적으로 없지는 않지만 문제는 물성 유지와 시장가격"이라며 "강도의 다양성만 좀 더 확보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업계 발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규 비에이디피코리아 부사장은 "그동안 인증 획득에 주력했으며, 이번 인증은 플라스틱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전환이 가능함을 증명한 상징적 성과"라면서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유럽 TUV 인증 등 해외 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생산기업과 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에이디피코리아는 현재 석유화학 5대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틸렌(PS), PVC, PET에 생분해 효소를 첨가해 미세 플라스틱 없이 완전 생분해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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